계모 이데올로기 벗어나기(계부모 아동학대 3.2%, 친부모는 73.5%)
동서양을 막론하고 계모 이야기는 늘 인기 소재였다. 한국에서는 대표적으로 <콩쥐팥쥐>, <장화홍련>이 대표적이고, 서양에서는 <신데렐라>가 고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심지어 야사에서는 인종의 계모였던 문정왕후가 인종을 독살했다는 썰까지 있는 것을 보면, 계모라는 소재는 이질감과 팽팽한 긴장감을 기본적으로 배태하고 있는 까닭인지 대중들을 유혹하는 강력한 이야기 거리 중에 하나였다.
드라마는 두 말할 것 없이 계모라는 캐릭터를 자주 가져오고, 늘 그렇듯 여주인공을 구박하며 악행을 일삼는 인물로 묘사된다. 지난 2019년 종영된 드라마 <하나 뿐인 내편>에서 계모인 소양자(임예진 배우)는 극중 김도란(유이 배우)을 끝없이 핍박하고 악행을 서슴없이 감행했다. 계모가 주인공에게 더 많은 고통을 주는 만큼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시청률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계모는 거의 학대에 가까운 수준으로 여주인공을 괴롭혔다. <하늘이시여>, <신데렐라 언니>, <찬란한 유산> 등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의 계모들 역시 나쁜 짓 대결이라도 하듯 여주인공에게 시련과 고난을 안겨주었다.
대중들은 이를 욕하면서도 눈길을 외면하지 않았고 계모 소재는 끊임없이 대문문화 속에 등장하며, 악행을 일삼는 성격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런 대중문화와 그것을 당연시 여기는 관습의 확대 재생산으로 일상생활에서 엄마의 폭력적인 행동은 “엄마 계모야?”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게 된다. 친엄마는 절대적으로 자식을 아껴준다는 암묵적인 동의와 계모는 자식에게 충분히 고난을 줄 수 있는 관계일 수 있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계모, 계부 아동학대 범죄는 대중들의 분노를 환기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가방 안에 아이를 가둬놓은 천안 계모, 아이를 쇠사슬로 묶어 감금하고 학대했던 창녕 계부 사건은 한탄스럽다는 표현이 모자랄 정도였다. 또, 세월을 더 거슬러 발생했던 칠곡 계모, 울산 계모 사건 역시 국민들에게 계모의 ‘나쁜 속성’을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궁금했다. 아무리 이혼 가정이 늘어난다고 해도, 친부모에게 양육되는 아이가 더 많을 텐데 과연 계모, 계부에 의한 아동 학대만 이렇게 많은 것인지 말이다. 놀랍게도 그렇지 않았다. 2018년 보건 복지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피해아동 가족 유형중 친부모의 경우가 73.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계모와 계부의 경우 3.2%에 그쳤다.
그럼에도 계모나 계부가 행하는 아동 학대만이 자극적으로 보도되고 알려지고 있고, 친부모의 아동 학대는 상대적으로 적게 보도되고 알려지는 것 같다. 계모, 계부라는 소재가 언론 보도에서도 대중들의 이목을 주목 받기 더욱 좋을 것이고, 그 사람들의 행동 또한 고쳐야 할 대상이다. 그렇지만 3.2%에 주목해, 73.5%의 사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봐야 하지는 않을까. 또, 2014년 대비 2018년 아동 학대의 건수가 2배를 넘어간다는 수치에 더욱 주목하며, 과연 그 동안 아동학대 피해 근절을 위한 노력과 대책들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더욱 중점적으로 문제제기 됐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계모라는 소재가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뉴스 보도에서도 그것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재혼 가정에서 살아가는 새엄마 새아빠도 많이 있고, 그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계모나 계부는 뉴스 보도가 아니어도 허구 속에서도 충분히 부정적인 이미지로 고통 받고 있다. 그들을 배려한다면 더 건강한 방식으로 아동 학대 사건을 바라보고 표현해야 한다고 본다. 또, 좀 더 윤리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아동학대 사건 이름을 네이밍 하고, 계모에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닌 아동학대 근절 방안에 더욱 방점이 찍혀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XX 계모 사건, XX 계부 사건이라는 네이밍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새엄마, 새아빠가 받을 받게될 상처도 여실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신생아 출생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아동 학대 피해는 왜 이렇게 늘어만 가는 지도 주목해야 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