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교육사, 전문가
아내와 아이와 TV를 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아이가 갑자기 물어 왔다.
“평생교육사가 뭐에요?”
나는 아내를 처다 보았다. 아내는 이미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고, 평소에도 자칭 교육 전문가라고 농담하듯 말했기에 잘 설명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평생교육사는 평생교육을 하는 사람이지. 우리 동네에도 평생교육원 있잖아. 거기서 교육 프로그램 만들고, 잘 될 수 있게 도와주고 하는 사람이지.”
“평생교육원? 지난번에 화과자 만들어 본 거기 말이죠?”
“아니, 거긴 도시재생지원센터고. 평생교육원에서는 초코릿 만들기 체험했었잖아.”
“아! 토끼모양이 이상하게 나왔어.”
“아니. 교육 프로그램이 그런거 밖에 없어? 뭔 음식 만들기 체험을 다녀?”
나의 물음에 아내는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뭔가 만들어서 완성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성취감이 있단 말이죠.
그런데 물건은 집에 가져오면 공간 차지하고, 나중에는 거추장스러워서.
아무래도 음식은 먹을 수 있으니, 처리가 수월하니까?”
“아...그 덩어리진 초코릿,..”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하고 나온 결과물은 거의 내가 처리했다는 기억이 나긴 했다.
예쁘게 만들고, 사진을 찍어서 어딘가에 올리고 나면 집에 방치되고 내가 주로 그걸 먹었던 기억.
그때 아이가 말했다.
“그럼 그때 화과자 예쁘게 만들어 주신 선생님이 평생교육사예요?”
“아니, 그분은 강사분이시고, 거긴 도시재생센터라니까.
거기에는 평생교육사 자격증 가진 분이 없었지 싶은데?”
“응? 그럼 평생교육사는 어디에 있어요? 내가 봤어요?”
“아마 평생교육원에 사무실에서 일하고 계셔서 본 적은 없을 것 같아.”
“아하.”
뭔가 이야기가 이상하게 흐르는 것 같다. 사실 나도 교육업계에서 일하면서 혹시 모를까 싶어서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이수해야 할 학점도 있고, 실습도 나가야 하고, 비용과 시간 그리고 노력이 필요한 자격증이다.
그런데 평생교육사가 있는 평생교육원에서 하는 초코릿 만들기 체험과 도시재생센터에서 하는 화과자 만들기 체험의 차이점이 있는가? 특히 체험을 신청하는 학습자들은 그 차이점을 느낄 수 있는가? 차이가 없다면 평생교육사의 존재 의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현실적인 이야기는 평생교육법에 따른 지역자체단체의 평생교육시설 만들기 및 운영에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와 운영은 시민들의 국민들의 복지를 위한 것이었는데, 그 역할을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늘 논란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평생교육사는 그런 교육, 체험 프로그램이 정말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게 만드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지.
전문가란 무엇이냐? 어떤 일에 대하여 목적에 맞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걸 특별히 잘 하는 사람이지.
초코릿 만들기에서 배우고 와서, 집에서도 초코릿 만들어 볼 수 있었어?”
“네! 어렵지 않았어요.”
“초코릿 만들 때 미리 준비하고,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없었어?”
“그 때 받은 초코릿 만드는 법 써있는 종이 보고 따라하면 되요.”
“그래. 그럼 체험 활동을 하고 나서도 잊어버리지 말고 도움이 되라고 종이 자료도 만들어서 주고 하는, 도움을 주는 사람이 평생교육사라고 할 수 있지.
초코릿 만드는 걸 잘하시는 요리사 선생님은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못할 수도 있거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인간 사회에서 분업과 전문화에 따른 업무 분장과 그 각각의 역할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재미없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는 지겨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 멈추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