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육, 생각보다 괜찮은데? (3)
아이 내복을 사러 옷가게에 들어갔다.
양쪽으로 나뉘어 내복이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한쪽은 분홍색, 노랑색, 아이보리색이 주로 이루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파란색, 초록색, 회색이 대부분이었다.
아이에게 입고싶은 내복을 고르라고 했다.
나는 꽃 모양이 그려진 분홍색 내복을 들고
"이건 어때?" 하고 물었다.
아이는 손으로 X자를 만들었다.
한참을 구경하던 딸은 자동차가 그려진 파란색 내복을 집어들었다.
"엄마, 저는 파란색이 좋아요."
나는 말없이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여
자동차가 그려진 파란색 내복을 사 주었다.
아이는 정말정말 행복해했다.
집에 돌아와 그 내복을 꺼내 입고
영상통화를 걸어 여기저기 자랑을 한다.
엄마는 내게 물었다.
"저거 남자애들거 아니니?"
맞다.
양쪽으로 나누어 놓은 여아와 남아 내복이었다.
그중 남아용 내복에서 골라온 파란색 내복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파란색이 좋아서 파란색을 입을 뿐!
가정보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가 명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제각각 다 다른 성향과 취향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좋아하는 음식을 제일 나중에 아꼈다가 먹는 반면 둘째는 낼름 맛있는 것부터 먹는다.
첫째는 김치를 좋아하고 둘째는 된장을 좋아한다.
첫째는 여자아이지만 파란색을 좋아하고 둘째는 남자아이지만 분홍색 티니핑을 좋아한다.
첫째는 반짝이는 보석과 구두를 좋아하고 둘째는 자동차와 공이라면 최고의 장난감이다.
나는 어릴 때,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친구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려면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해야 했다.
그래야 말도 통하고 같은 무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다 보내고 나니
잘 어울리기 위해서 나의 색깔은 들여다 볼 생각도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황당한 것은 어른이 되고 나니 '본인'이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묻는 곳이 참 많았다.
자기소개서를 특별하게 쓰려면 나에 대해서 잘 알아야 했다.
그제서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려니 머리에 쥐가 날 수밖에.
꼭 가정보육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아이는 사회적 고정관념을 깰만큼 강하지는 않아 보인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세상이 적은 아니지만 나를 먼저 알고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돕고싶다.
그런점에서 우리에게 가정보육은 참 의미있지.
엄마는 너의 파란색 사랑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