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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애 Jun 17. 2024

서울이라는 도시를 사랑하는 이유 : Tolerance

너의 목소리가 들려


10년 전,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느꼈다.


'난 여기서 평생 살아야겠다.'

'여긴 소수자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구나.'


광화문 광장에서는 주말마다 각종 시위와 행사가 열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차가 막혀 속 시원하게 지나가지 못할뿐더러, 온갖 소리에 귀가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광장의 요란함과 활기를 느끼고 있노라면 다양성을 포용하는 서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 고향의 광장에선 장애인, 동성애자, 외국인노동자의 인권과 권리에 대한 목소리가 없다. 고향 사람들이 광장에 모인다면, 그것은 우리 고장의 특산품을 알리는 '수박 축제' 때문이다. 지역 홍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이벤트다. 해쳐 모여다. 뿐만 아니라 인권, 지구환경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이 모이다니! 간혹 연대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광화문 광장은 볼 때마다 톡 쏘는 신선함과 개운함을 준다.


소수자가 숨어 지내지 않는 곳,

저마다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도시.


자신들이 처한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때론 사회 제도와 문화를 바꾸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가, 언론이 힘을 실어주기도 하고 빼기도 한다. 엎치락뒤치락 팔딱거리는 것 자체가 건강해 보인다.


가부장이 가정 내 모든 대소사를 결정하는 조용한 가족회의가 아니라, 모든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앞다투어 제시하는 바람에 조율하고 타협하느라 시끄러운 가족회의 같다고나 할까.


나이, 성별 측면에서도 비슷하다. 이곳에선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적다고 함부로 말을 놓지 않고, 여성이라고 해서 일단 낮추지 않는다. '평등' 혹은 '존중'이라는 분위기가 내 고향보다 훨씬 내실 있게 퍼져있다고 느낀다. 내 고향에서는 일단 나이가 많거나, 남성이면 흑돌을 쥔다.


온몸에 피어싱을 해도, 머리를 형광색으로 물들여도, 정체 모를 차림의 옷을 입고 다녀도, 남성 커플이 손을 잡고 다녀도, 여학생이 머리를 빡빡 깎고 다녀도 '그럴 수 있지'하는 도시. 포용력을 가진 도시.


결국 온갖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도시.

똘레랑스가 있는 나의 도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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