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Tesla 스토어 방문
실물을 먼저 보자. 여의도 산책에 나선 김에 테슬라 스토어 문을 열었다.
여의도 한복판에 위치한 길쭉한 은색 건물 1층에 입점한 테슬라 스토어. 눈길은 여러 번 줬지만 발길은 닿지 못했다. 고급스럽고 명품관스러운 외관이 부담스러웠다. 당장 전기차를 살 것도 아닌데 들어가도 될까? 하는 조마조마함이 있었다. 테슬라 스토어가 서울에 신사점, 여의도와 같은 부촌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도 심리적 장벽을 세웠다.
대상에 대해 모르면 모를수록 두려워하거나 왜곡하게 되는 것일까? 막상 들어가 본 테슬라 스토어 내부는 정말 편안했고 재미있었다. 테슬라 스토어에서 나는 세 번 외쳤다.
뭐야?!
1. 팬을 모은다.
무엇보다 스토어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테슬라 굿즈였다. 디자인적으로 예쁘지 않은 테슬라 백팩, 티셔츠, 모자를 공간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전면에 두다니! 미래 기업을 자청하는 테슬라의 비전과 철학을 반영한 공간이 맞나 싶었다.
'아, 여기도 팬을 만들고 있구나.'
애플 스토어처럼 테슬라 스토어도 판매보다는 체험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 제품은 인터넷 위주로 고객이 구매하도록 하고,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충성 또는 잠재 고객과의 관계나 경험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현재 예산이 부족하거나,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이어 소비하지 않고도 부담 없이 즐길 거리가 풍족했다. 테슬라는 조용히 잠재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었다. 열렬한 지지층, 팬을 모으고 있었다.
팝업 스토어 같기도 하고, 아이돌 팬클럽 모임 장소 같기도 하고, 전기자동차 박람회 같기도 한 이곳. 확실한 것은 국내 내연기관자동차 판매점, 직영점, 대리점의 느낌과는 정 반대였다.
2. 판매원이 아니라 어드바이저
테슬라 스토어 직원(일명 어드바이저)의 차림새는 나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검은색 반팔티를 입고 있었다. 빳빳하게 다린 하얀 와이셔츠의 양복차림이 아니었다. "안녕하세요, 편하게 보세요." 하고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차를 팔 생각이 없나 싶을 정도.
직원들의 태도도 판매원의 애티튜드가 아니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어드바이저라고 했다.
어드바이저는 우리에게 가장 비싼 Model X를 추천하지 않았다. 처음 구매하는 전기차라면 Model S나 Y부터 시작해 보라고 했다.
으레 가장 비싼 자동차를 추천하며 옵션을 제시하고, 신용카드 가입 시 혜택을 설명하고, 캐피털을 연결해 주거나, 자동차 딜러 재량으로 할인 폭을 제시하는 등의 군더더기가 없었다. 확 산뜻했다.
오늘 우리가 매장에서 1억 2천만 원을 주고 X를 구매한다고 해도 담당 어드바이저에겐 특별한 커미션이 없다고 했다. 우리가 X를 구매한다면 그건 어차피 사려고 마음먹고 온 사람인 것이지, 직원이 잘한 게 아니라는 태도였다.
3. 미니멀리즘
“뭐가 이렇게 텅 비었어? “
운전석과 조수석에 원래 있어야 할 다채로운 버튼이 없었다. 스틱도 없었다. 남편에게 '완성된 차 맞아?'라고 물었다. 정말 모든 게 스마트 패드 안으로 모조리 들어가 있었다. 계기판도 없고, HUD(Head Up Display)도 없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디자인을 중요하게 여겨, 회사 내 요직에 산업 디자이너를 앉히고 상당한 권한을 주고 있다고 한다. 조지 블랭큰십과 같은 애플의 인재들은 영입했다고 하니 분명 일론은 스티브 잡스의 미니멀리즘과 결을 함께 하고 있었다.
4.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우리가 타고 있는 2009년식 현대 베라크루즈. 2009년 당시에는 최신 기술이고 최고 옵션이었던 것이 2024년엔 후진 것이 되어있다. 새로운 기능이나 옵션을 경험하고 싶어도 차를 새로 사기 전까진 불가능하다. 반면 테슬라 전기차는 핸드폰 마냥 주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한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거나 기술 수정이 이루어질 때마다 며칠, 몇 주, 몇 달에 한 번씩 신규 기능이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기능 개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드웨어로만 보면 새 차를 산 것이 아니지만 소프트웨어로 보면 새 차를 산 것쯤 된다. 핸드폰도 아닌 것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다니. 테슬라 전기차는 핸드폰과 자동차 중간 어디쯤 있는 것일까? 헷갈렸다.
분명 자동차 회사인데, 내가 알던 여느 자동차 회사들과 달랐다. 조금도 비슷하지 않았다. 테슬라를 다른 자동차 회사와 비교할 게 아니라,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 견주어 봐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슬며시 궁금해졌다. 뭘까, 이 회사.
다음 주말에 다시 테슬라 스토어에 방문해 테슬라 전기차만의 특별한 기능들을 찬찬히 살펴본 후, 시승 예약을 하기로 했다. 스토어를 떠나며 남편에게 말했다.
오 생각보다 참신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