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애 Jul 01. 2024

(프롤로그) 잉? 테슬라를 사자고?

2009년식 베라크루즈. 29만 킬로미터 주행. 현대에서 실수로 만들었다는 농담이 나오는 LUV를 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워셔액을 넣으러 카센터에 갔다가 견적만 120만 원을 받았습니다. 차가 중간에 멈춰 설 수도 있다는 무시무시한 말과 함께. 연비가 좋지 않아 한 달에 8만 원씩 두 번 기름을 넣어주어야 하는 우리의 이동수단.


'차를 새로 구매한다면 당연히 국산차를 사야지, 뭐.' 잔잔한 제 마음 속 호수에 남편은 뾰족한 돌을 툭 던졌습니다.


지애야, 우리 테슬라 사자.


제게 테슬라는 뚝딱거리는 차였습니다. 간단히만 생각해 봐도 현대차는 1967년도부터 지금까지 자동차를 만들고 있고, 테슬라는 2003년에 처음 만들어진 기업인데, 제대로 차를 만들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덤으로 가격면에서 매력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전기차는 아직 시기상조가 아닐까? 좀 더 검증된 다음에 타고 싶었습니다.


테슬라 오너라는 사람도 의심쩍었습니다. 일론 머스크, 뭐랄까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꿈꾸는 소년미가 있는 천재. 전기차를 비롯해 그가 제시하는 마스터플랜 1,2,3에 담긴 지속가능한 발전은 이견 없이 동의합니다.


그러나 민간 자격으로 최초로 우주선을 만들고, 발사하고, 화성에 보낼 로봇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제게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언젠간 테슬라는일론머스크와 함께 풍선껌처럼 펑! 하고 터져버릴 것 같습니다.



꿈만 꾸는 사람은 아니야.

단순히 전기 자동차 하나만 두고 봐도
테슬라는 2010년대 중반부터
전기차 점유율 1위이고,
자동차 제조업체 시총 1위야.  
테슬라는 광고도 안 하잖아.
언론이 좋은 글을 써줄 리가 만무한데도
만들어낸 결과.

놀랍지 않아?



우리의 생명이 달린 문제야.
자동차 자체를 봐야지.
팬심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타고 싶다는 거야?



우리 봉급으로 테슬라 주식을 꾸준히 사 모으는 것도 어쩌다 한 번씩 불안한 마당에 테슬라 전기차를 사자니! 단호하게 '안돼.'하고 싶었지만 무작정 반대할 수 없었습니다. 아는 게 없어서. 작게는 테슬라 전기차 성능 자체를, 크게는 테슬라 기업을 이해하고 구매여부를 결정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차는 한 번 사면 최소 10년은 타야 하니까요. 10년짜리 약정으로 최소 5천만 원이 넘는 전자기기를 산다는 마음으로 남편과 저는 서로 묻고 답하기를 시작합니다.


남편은 벌써 테슬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정보의 홍수 전략으로 저를 순식간에 설득시켜 버릴 태세입니다. 제가 차에 대해 잘 모른다고 내심 얕잡아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차에 대해, 테슬라에 대해 아는 것은 없어도 제겐 노련한 문해력이 있습니다. 비판적으로 듣고 다시 되물을 태세를 갖춥니다. 테슬라가 안전성 테스트에서 1위를 했다고 하면, 누가 평가했는지를 물을 것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을 강조한다면 몇 단계인지 다른 국내차에서도 구현가능한 수준이 아니냐 짚어내고야 말 것입니다.


남편의 입 주변 소근육들이 벌써 들썩들썩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지애야, 일단!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니야. (중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