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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이 Jun 01. 2023

안도 타다오, 청춘

뮤지엄산

연휴 내 연속으로 비가 오더니 해의 요정인 나의 날이다.

적당한 구름 그리고 비 온 뒤 은은하게 풍기는 젖은 흙냄새 깨끗한 공기 모든 게 좋은 날 친구를 픽업하고 원주로 출발했다. 대략 한 달 전부터 잡아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우린 아침 10시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우리의 목적지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 전시가 한창인 '뮤지엄 산'이었다. 내비게이션 상으로는 2시간가량이 소요된다고 나왔지만 다행스럽게 차는 많이 막히지 않았고 12시쯤 도착했다.


외국에 나와있는 듯한 느낌이 가득했던 주차장



평일이었고 연휴 다음날이라 여유로울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도착을 하고서 관람객들의 인원수에 1차 당황했고, 오후 3시까지 명상관과 제임스터렐관의 전시관람 예약이 마감되었다는 현실에 2차 당황을 했다.


뭐 오늘 하루 느긋하기로 마음먹고 다른 일정이 없었음에 여유롭게 관람을 하고 즐기기로 했다. 마침 날씨도 적당했기 때문에 하-, 좋다.라는 감탄사만 연신 나왔다.



뮤지엄산으로 가는 길


적당한 바람과 적당한 햇살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준다. 같이 간 친구와 도란도란 인생이야기 연애이야기 반려동물이야기 늦은 점심 겸 저녁과 서울로 가기 전 들릴 빵집 이야기 등 오랜만에 목이 아프도록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걸었다.




전시장 입구에 청사과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 역시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다. 처음 입장을 할 때에 이 청사과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지 깊은 생각 없이 지나쳤던 조형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건축작품들을 하나하나 관람하며 몇몇 건축물에서 함께 발견되던 이 청사과의 조형물은 내게 무한한 궁금증을 품게 만들었다. 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이렇게 건축설계에서부터 함께 설계되어 제작되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 궁금증은 전시관람이 끝나고 알 수 있었다. 청사과 조형물 뒤편에 작품 해설이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청사과의 제목은 대충 느낌이 올 텐데 그 느낌이 맞다. 바로 '청춘'이다. 안도 타다오가 "청춘은 인생의 시기가 아닌 어떠한 마음가짐"이라는 미국 시인 사무엘 울만의 시 <청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며 본인의 건축물에 푸르고 무르익지 않는 도전정신으로 가득 찬 인간과 사회를 꿈꾸는 그의 소망을 담아 제작했다고 한다.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그의 건축물들을 보며 한 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과 한 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이 함께 공존하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여유롭게 전시를 관람하고 예약해 둔 명성관으로 이동하며 시간이 조금 남아 스톤정원을 거닐었다. 이 스톤정원은 본관 전시관람 도중 창문을 통해 잠시 바라볼 수 있었는데 위에서 바라봤을 때 꼭 경주의 봉분들의 역사지형과 닮아 친구와 설마 그건 아니겠지 다른 의미가 존재하겠지라며 이야기했었는데 스톤광장에 도착해 작품해설을 보고는 우리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설마설마했던 생각이 맞았으니까네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품해설을 보니 정말 봉분을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하기에 친구랑 둘이 한참을 웃었던 것 같다.



설마 봉분을 모티브로 했을 줄이야


명상관은 싱잉볼의 차분한 소리와 함께 잠시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이었고, 제임스터렐관의 작품들은 빛을 기가 막히게 활용한 체험형 전시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안다 타다오의 전시는 7월 30일까지라고 하니까 하루의 여유 혹은 삶에 잠시 휴식을 가지고 싶다면 한 번 다녀오는 것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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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산 #안도타다오 #전시 #원주 #드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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