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갈대
어린이집 설립을 위한 단톡방이 꾸려졌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항상 하던 일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어린이집 설립에 총력을 기울이는 독립군들로 변모했다
단톡방은 쉴새없이 띵동 거렸고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이 알아낸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우리는 함께 알아보았고 함께 공부했다
함께 집을 지어 함께 사는 공동체 주택을 꿈꾸던 우리는 함께 살기 전 일 폭탄에 파김치가 되어갔다
이러다가 과부하로 공동체 주택에 들어오기도 전에 뭔 사단이 날것 같다는 말을 건조하게 주고받았다
각자의 위치가 달랐던 만큼 각자가 처한 상황도 매우 달랐다
아이가 둘 이상이여서 설립 준비에 몰두할 수 없거나 회사에서 쏟아지는 업무하기에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가 왜 이러고 있는거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던 말이 목적을 잃어버린다 했던가...
이렇게 치열하게 일하는 우리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나처럼 이 어린이집이 아니면 대안이 없는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도 충분히 만족하는 어린이집을 보내는 가족도 있었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 우리는 열심히 해도 모자랄 그 6개월 동안 치열하게 흔들렸다
언제나 마음 속에 천사와 악마가 나타나 싸우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쉬운 길도 있었다
주변에 이미 운영중인 어린이집도 있었고 주택 앞에는 무려 시설좋고 훌륭하다고 소문난 유치원이 근엄하게 자리잡고 있지 않은가...
분명 주변에 이미 좋은 어린이집이 있고 어느 부모가 새로 신설되어 검증할 수 없는 우리 어린이집을 보내겠느냐... 우리도 그냥 그 어린이집에 보내자는 둥
마음 약해지는 이야기들이 한바가지 오고가다 보면 이미 낯빛도 어두워져 있었다
“그래도... 공동육아..”
너무 미약해서 잘 들리지도 않게 튀어나온 단어로 우리는 다시 비장해졌다
우리가 모인 이유, 서로를 알게 된 이유 그것은 “공.동.체” 니까
아직은 그게 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아보이니까
미치도록 힘들겠지만 그래도 꽤나 재미있는 삶이 펼쳐질 것 같은 “공동체”를 꿈꾸며 서로가 모였으니 죽이되든 밥이되든 해보자!
이렇게 이야기하고 돌아서면 흔들릴 우리는 갈대였다
그런 우리라서 의지 되었고 서로의 얼굴만 보아도 풋 웃음이 절로 났던 독립군들
오늘도 단톡방을 띵동거리며 살아있음을 알렸고 하루가 멀다하고 흔들렸으며 서로를 잡아주고 그렇게 천천히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