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많고 말도 많고
워킹맘, 육아, 어린이집 설립 준비만으로도 내 하루 24시간을 모두 쓰기엔 충분했다
그래서 공동체 주택은 타입만 결정하면 시공사에서 알아서 시공하고 들어가기 전 하자 체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공동체를 결정하고 했던 경험에서 이렇게 쉽게 진행되었던게 과연 있었을까...
슬픈 예감은 틀린 법이 없었으니..
같은 타입을 결정한 사람들끼리 모여 집 구조를 정리해야 한다는 거다
도면 까막눈인 나를 비롯하여 각자 개성 넘치는 12 가족이 모여 치열한 토론은 끝을 알 수 없이 계속 되었다
이렇게 하다간 과연 집은 지을 수 있을까 싶었다
“왜 이런 비효율적인 일을 해야하는거지?”
시공사가 생각하기 귀찮아서 우리에게 일을 떠넘긴건가..
전문가들이 짜놓은 도면에 우리가 알아서 꾸겨 들어가는거 아닌가?
도배지, 바닥 마감재 정도는 고를 수 있는데 싱크대와 화장실 위치까지 선정하라니...
분명 시공사의 귀차니즘이 틀림없다!
무보수로 사람을 부려먹어도 유분수지 이럴거면 시공사는 왜 있는거지하며 화딱지가 나서 참을 수가 없는데!!
“화장실은 이쪽이 좋겠어요”
나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면을 그릴 줄 아는 사람들은 도면으로 아닌 사람들은 종이에 끼적이기라도 하며 지정된 평수에 최고의 배치를 구상하고 있었다
총 4개의 타입이 존재하는 주택에서 집안 구조 배틀을 붙여 해외여행 상금이라도 걸은거마냥 다들 열심히다
“이런게 공동체인가봐”
조금은 힘들지만 그래도 서로의 의견을 조합하여 하나의 결론을 도달하는 것
그 사이 귀차니즘과 작은 투닥거림들이 계속해서 공존하지만 과연 어디에서도 겪을 수 없는
경험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즘 12가족은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누군가 한명이 원한 것이 아닌 서로의 의견이 미세하게 반영된 제 3의 도면이 완성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