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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사이트 Mar 17. 2024

창업을 결심한 이유, 지난 10일의 감정 회고.

원칙은 세우고, 전략은 세우지 않았다.

#1 퇴사를 했다.

오늘은 내가 퇴사를 한지 딱 10일째 되는 날이다. 창업일로 치면 9일째가 되겠다.


와디즈에서 보낸 43개월, 거래처가 점차 쌓이는 MD 업무의 특성 상 가만히만 있어도 인센이 굴러 들어오는 여건이었다. 더욱이 나는 회사에서 꽤나 잘 하는 인원 중 하나였기에 벌이가 적지 않았다. 일도 손에 익어서 어려울 것도 없었다. 여러모로 퇴사를 결심하기에는 아까운 상황이었다.

정든 판교를 떠나 개포에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제 남의 일은 그만하고 싶었다. 좋은 실적을 내도 결국 남의 성과이고, 나는 고마운 들러리 밖에 되지 않는다. 실패를 해도 나의 실패는 아니기에, 그러면 안되지만 안일한 마음이 들었다. 직장인 치고 꽤 잘 하는 수준이라 해도, 결국 직장인 밖에는 되지 못했다.


제대로 성공하고 싶어서 퇴사를 결심했다. 오래동안 나를 괴롭히던 안일함을 벗어던지고, 복덩이인지 리스크인지 모를 가능성을 품어보기로 했다. 둘중 어느 쪽일지는 이제 내가 하기에 달렸을 것이다. 얼마전 태어난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무조건 전자로 만들 것이다.



#2 그리고 10일이 지났다.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10일이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시간이 참 더디게 갔던 것 같은데, 무슨 1달은 지난 것 같다. 굉장히 치열했지만, 매일매일이 너무나도 달라서 재미있었다. 분명 고통스러웠는데 내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썩 괜찮은 느낌이었다.


원칙은 세웠고, 전략은 세우지 않았다. 원칙을 세운 이유는 방향대로 가기 위해서였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일이 없다는 이유로 매번 다르게 행동하고 싶지 않았다. 반대로 전략을 세우지 않은 이유는 아직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세세하게 행동을 계획하기 보다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흘러 가보기로 했다.

바쁘게 지내느라 애기를 잘 못 본다. 속상해.

그렇게 원칙은 지키고 전략은 최소화 하며 실행에 집중한 10일이 지났다. 예상대로 흘러간 부분도, 예상과는 너무 달랐던 부분도 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다. 시작부터 5인으로 시작해 고정비가 작지 않은데, 벌써 손익분기를 넘겼고 일이 슬슬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략이 없는 내 전략이 주효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3 생존을 걱정할 단계는 지났다.

회사 밖에서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했다. 나는 직장인 치고 나쁘지 않았지만, 사업가로서의 나는 어떠할지 모르기에 무서웠다. 처음부터 나까지 5명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빠르게 망하는 패착이 되면 어떡하지 걱정했다. 생존권을 지난 지금, 매우 감격스럽다.


생존을 일궈내니 이제 시야가 조금은 선명해진다. 지난 10일 동안은 팀원들에게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사실 두려운 감정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남은 20일 동안 또 어떤 성과를 내보지?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물론 다음달의 생존이 또 걱정이긴 하다.

나를 믿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있어 참 감사한 요즘

기록을 해보려 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 겪고 있는 과정들이 참 소중하다고 느끼기에. 이 사업의 끝에 내가 어떤 모습일 지는 몰라도 조금은 더 단단해져 있기를 기대한다. 그럼 뭐.. 인생은 긴데,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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