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7일 목요일
어젠 영화를 본 탓인지 초저녁 잠이 찾아오지 않았다. 책을 읽어도 머리가 더 맑아졌지만 11시가 되기 전에 몸을 누였다. 졸릴 때 자는 게 가장 좋지만 그러다 밤을 새우면 그건 몸에 별로 이롭지 않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꾀 늦도록 잠이 들지 않았는데 화장실에 가느라 눈을 떠보니 4시가 다 되어간다. 이만하면 뿌듯하다. 화장실에 가느라 쪽잠을 자는 것 같던 시절에 비하면 한 번에 다섯 시간이나 몸이 쉬었으니까.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새벽 글쓰기를 시작한다.
어제일기(3월 6일 수요일)
어제에 이어 오늘도 다섯 시 넘게까지 늦잠(?)을 잤다. 그래도 목욕을 가기 전까지 아침 시간에 할 일을 다 마칠 수 있게 되었다.( 면에서 운영하는 공중 목욕장은 입장료가 천 원이다. 시골 사는 특혜다. 우리 집 근처에 사는 몇 분과 수요일 아침마다 간다.)
오늘의 주요 업적은 보름이상 뿌리를 내렸던 로즈마리를 작은 화분이나 땅에 옮겨 심은 일이다. 지금은 손가락 만한 크기지만 로즈마리 정원을 꿈꾸며 땅을 일궜다. 화분을 꽉 채운 바위솔을 옮겨 심을 장소를 정하는데 광민과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다행히 화분이 두 개라 각자 마음에 드는 곳에 심을 수 있었다.
민트 이야기
사람의 기억은 참 형편없다. 글을 다 쓰고 사진을 올리려다 민트 사진을 발견했다. 물꽂이 하려고 많은 애를 쓰던 로즈마리 만을 기억하다니... 정작 대단한 건 민트였는다. 차를 끓여 마시려다 남은 가지를 화병에 꽂아두었는데 겨울 동안 뿌리를 내리는 건 물론 새 잎을 내고 있었다. 너무 쉽게 풍성한 뿌리를 내서 화병이 며칠 물이 말라 있어도 죽지 않고 버텼다. 그러다 큰 잎들은 거의 떨어지고 작은 잎들이 돋아 났는데 힘든지 잎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민트는 힘들겠지만 단풍처럼 혹은 꽃럼 곱기까지하다. 그냥 계속 물꽂이를 하면 어떻겠냐는 내 물음에 광민이 죽겠다고 힘들어하는 생명을 이쁘다고 즐기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의미의 말을 했다. (정확한 대사가 생각이 나지 않아 아쉽다.)화분에 옮겨 심고 햇볕을 쪼여주니 정말 사랑스럽다.
정원일을 마치고 한숨 돌릴 무렵 마을 언니들이 찾아왔다. 머위대 한 자루씩을 캐가지고 와서 나에게도 나누어 주려고 온 것이다. 매일 나는 받기만 하는 사람이다. 언니들은 늘 나의 작은 냉장고가 안쓰러운지 김치는 없느냐 된장이 필요하냐 묻는다.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다는 거 진짜다.
영화감상
'로기완을 만났다'는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훌륭했지만 진부하게 느껴졌다. 비극을 과대 포장해서 정작 공감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송준기가 너무 애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