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미 탐험가 이숙경 Mar 13. 2024

정원을 심는다?

새벽사용 12일째

3월 10일 일요일

새벽을 사용한 지 5일째 되는 날부터 3일 연속 4시에서 5시 정도에 잠이 깨자 내 몸이 신체 리듬을 정할 줄 알았다. 그런데 8일째 되는 날인 어제는 12시 조금 넘어 잠이 깼다. 잠을 깨기에 너무 이른 시간이라는 생각에 다시 잠을 청했다. 5시 조금 전에 일어나긴 했지만 글을 쓰기엔 너무 분주한 마음이 들어서  일기도 쓰지 못하고 하루를 보냈다. 오랜만에 바깥일을 하느라 하루 종일 피곤했는지 8시 조금 넘어 잠이 들었는데 어제처럼 12시 조금 넘어 잠이 깼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지만 그러면 어제처럼 너무 많이 자버릴까 봐 한 시간쯤 버티다  일어났다. 7 시간 넘게 깨지 않고 자게 되었다고 좋아했는데 조금 아쉽다.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새벽 사용의 달콤함을 기억하기에 일어날 수 있었다. 


3월 9일 일기

요즘은 나도 정원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광민이 큰 삽을 이용해 단박에 정원의 풍경을 바꿔놓는 것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은 '정원 일'이라 부를 만큼 거창한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정원을 심는 중이다. 손가락 만한 로즈마리들을 심으며 로즈마리 정원을 상상하고 , 광민이 삽목 한 나무에 종이 박스와 돌로 멀칭을 하며 멋진 삼색나무 가로수길을 떠올린다. 


광민이 우리 집 주면에서 자라던 진달래를 옮겨 심었다.


오늘은 정원과 마당 여기저기에 쑥이나 가시 덩굴을 파 낸 자리에 딸기를 한 두 개씩 심었다. 딸기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겨울에도 싱싱한 잎이 예쁘고 키도 작아서 정원이나 마당을 덮어도 좋을 것 같아서다. 나는 뻔하지 않는 의외성을 좋아한다. 정원이라면 떠올리는 잔디밭은 내겐 너무 식상하다. 그 대신 쿠라피아나 토끼풀 민들레 같은 것들이 꽃도 예쁘고 잔디깎이를 하지 않아도 좋으니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정원과 마당엔 이름도 알지 못하는 작은 풀들이 따로 또 같이 잘 어울리며 지낸다. 

쑥을 뽑아낸 자리에 딸기나 나리꽃을 심는다.

언젠가 지인이 우리 마당에  번지고 있는 이름 모를 지피 식물을 보며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자신의 정원에선 퇴출시키기 위해 엄청 힘들었는데 이 집에서 이렇게 대접받으며 이쁜 모습을 보니 신기하다고 했다. 마을 아짐들은 우리 집 풀들을 보시면 본능적으로 뽑으시려 한다. 농사로 살아오신 그분들 입장에서 그들은 죽여도 죽지 않는 적군이었으리라.


나는 함께 잘 사는 작은 풀들을 좋아한다. 마음껏 자라게 하면 동그란 모습으로 자기 영역을 확대시켜 나간다. 그러다 다른 풀들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들과 잘 어울려 지낸다.


자기만 살겠다고 다른 녀석들을 덮어 버리거나 괴롭히는 녀석들만 적당히 제거해 주면 작고 귀여운 녀석들이 힘을 합해 괴롭히는 녀석들이 들어 올 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게으른  정원사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예쁘고 멋진 정원을 꿈꿀 수 있게 된다.


내가 심고 있는 것들은 우리 집의  험악한 환경에서 잘 살아남은 것들이라 그들의 생명력을 믿고 있다. 보다 멋지고 좋은 꽃과 나무들도 있겠지만 나는 주로 우리 집 주면에서 잘 살아남은 것들을 좋아한다. 따로 돌보지 않아도 자기 주도 적으로 잘 살아가는 그들을 거의 공짜로 그저 감탄하고 즐긴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듯 정원을 심으면 정원이 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