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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 탐험가 이숙경 Oct 07. 2024

마을 나들이는 왜, 어떻게 바뀔까?

2024년 9월 25일 수요일 <산이 정원으로 마을 여행>

분토리  가을 나들이는 지난번 봄 나들이 때 약속한 대로 자부담을 하기로 했다. 1인당 3만 원에 부족한 돈은 마을 자금을 좀 쓰기로 했다. 그리고 봄 나들이때보다 좀 더 느슨한 일정으로 계획했다. 앞으로 우리 마을의 나들이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나갈 출발점이 될 것이다.


*왜 이렇게 출발이 늦어?

오전 11시 출발계획을  실망스러워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주로 아직 건강한 80대 초반 분들이다. 


출발 시간뿐만 아니라 돌아오는 시간도 해가 훤한 오후 6시로 계획했다.  나들이 시간이 짧아지면 건강이 좀 염려되는  분들도 부담이 적고, 어르신들을 모시고 가야 하는 젊은 분들은 오전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나들이를 가능한 한 자주 하려면 일정이 가벼워야 한다. 앞으로는 일정을 좀 더 짧고 간단하게 할 예정이다.


이렇게 아짐들께 이유를  말씀드리니 다들 이해를 해주셨고, 자난 번 봄 나들이때 못 가셨던 93세 이형단님도 용기를 내서 길을 나서 주셨다. 


*왜 돈을 내고 가야 해?

지난번 마을 여행에서 돌아올 무렵 다음엔 각자 돈을 내자고 말을 꺼낸 쪽은 아짐들이었다. 나는 매우 좋은 생각이라 받아들였고,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아직 몇 분은 자부담여행을 이해하지 못하셨다.


 마을 관광은 무료이고, 푸짐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군가 그만큼 많은 기여를 한 것이다. (예전엔 땅을 사거나 집안에 경사를 맞으면 으레껏 마을에 돈을 내어 마을 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그런 문화는 이제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돌보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어르신들은 젊은 시절부터 부지런하고 알뜰한 살림살이로 이제는 대부분 넉넉한 편이시고,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재미다.


"나이 들수록 노인들은 모으는 것좀 그만하고 돈을 써야 해요. 그래야 젊은이들이 돈을 벌잖아요."나의 우스갯소리에 아짐들이 맞다며 맞장구를 쳐주신다.


*걷기 힘든 나이에 정원 나들이를 어떻게 할 수 있지? 내가 이 나이에 함께 간다고 나서도 될까?


아짐들은 지팡이나 휠체어를 터부시 하는 마음들이 있다. 무능해지는 노인을 상징하는 물건처럼 보이시나 보다. 그러나 아짐들이 의지하는 유모차를 가지고 다닐 수는 없다. 유모차는 편리하지만 다리의 근력을 위해서는 지팡이를 이용해서 훈련해야 한다고 꾸준히 말씀드렸다. 덕분에 이번 나들이에는 전원 지팡이를 가지고 나오셨고, 이형단님도 기꺼이 휠체어를 이용하셨다.


아짐들은 나이가 들어 길을 따라 나서는 게 페가 된다는 생각을 하신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된다고 말씀드렸다. 아주 가까운 우리들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지난 세월은 거짓말처럼 짧게 느껴진다.)


*다음에 또 돈 걷어서 전어 먹으러 갑시다!

 정원 풍경이 사방으로 펼쳐진 드넓은 멋진 카페에는 우리 마을 분들만 있었다. 시간부자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 주말엔 발 디딜 틈도 없다고 했다.) 왁자지껄 하하하 호호호 껄껄껄 깔깔깔! 마음껏 웃고 떠들며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지자 아짐들이 다음 계획을 말씀하신다.


"요즘에 전어가 많이 안 잡혀서 비싸다던데."

"그럼 마을 정원에서 전어 구이 파티를 하면 어떨까요?

"그라문 훨씬 푸짐하니 좋것소.

"일하는 것 귀찮아서 나는 빠질래요."

"구이는 남자들이 하죠."

"여자들은 마을 회관에서 회무침을 하고."


자리를 뜨는 순간까지 왁자지껄 하하하 호호호 껄껄껄 깔깔깔 하면서 다음 일정을 만드니  아쉬운 나들이에서 

돌아오는 길이 덜 섭섭했다.


분토리 최고 언니는 걷기도 하고 타기도 하셨는데 돌아오는 길엔 더 많이 걸으셨다.
나이 들어도 또래들과 함께할 때가 좋다.
드넓은 정원이 창밖에 펼쳐진 카페에서 어느 좋은 가을 하루의 추억을 함께 하는 분토리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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