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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울 Mar 23. 2023

강하게 말한다고 정답인 건 아냐.

다 지 말만 맞데!

1.

대학교 시절, 술만 마시면 논쟁을 하자고 달려드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그 친구의 추종자도 꽤 있었어요.

2.

한편으로는 자신의 주장을 펼쳐가며 요리조리 챙챙! 싸워대는 게 멋있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논쟁의 끝에선 항상 이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목소리가 컸거든요.

3.

한 1,2년 지나니 그 친구와 마찰이 없었던 건, 무리 중에서 저 밖에 안 남았더라고요. 딱히 의도한 건 아닌데 말이죠.

4.

또다시 판 벌린 술자리. 어김없이 그 친구가 시동을 겁니다. 주제도 매번 다양했어요. 그날의 주제는 이거였습니다.

5.

"짝사랑은 사랑인가 아닌가?"

6.

이런 주제 선정은 손석희 님이 해주시는 건지 CNN에서 하는 건지 매번 궁금했네요.

7.

여하튼 문제의 그 친구는 '짝사랑도 사랑이다'를 주장하고 상대방은 '짝사랑이 어째서 사랑이냐'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8.

한 시간 반 동안 그 지ㄹㅏ 아니. 그 짓을 하고 있더군요. 어어? 나중 되니 목소리도 커지고 분위기도 좀 험악해집니다.

9.

보다 못해서 끼어들었죠.

"야 짝사랑이 사랑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백 분 토론도 아니고 그게 뭐가 중요해. 술이나 먹자!"

10.

그랬더니 그 친구가 얼굴이 벌게지더니 소리를 빽! 지르더군요. 갑자기 화살의 대상이 저로 바뀌는 겁니다.

11.

"넌 항상 태도가 그따위야!!" 

12.

그 친구가 술에 좀 취했는지 횡설수설하더군요. 정확히는 못 알아들었지만 뭐 대충 이런 말이었어요.

13.

너처럼 어중간한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가장 문제다. 그따위로 살면 삶에 무슨 발전이 있냐? 네가 사랑을 알긴 아냐부터 오만 얘기가 다 나오더라고요. 


14.

그 친구와 제가 마찰이 없던 이유를 그때 알았어요. 저는 그냥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파거든요. 그러니 손바닥을 마주쳐야 하는 그 친구 입장에서는 답답했던 겁니다.

15.

여하튼 그 친구의 술주정을 곰곰이 듣고 있다가 한마디 했죠. 저는 별로 안 취한 상태라 감정적인 동요는 별로 없었거든요.

16.

"근데 너 연애 안 해봤잖아?"

17.

그 친구의 연애 경험은 짝사랑이 유일했거든요. 그것도 고백했다 차였다는 걸 우리 집 고양이도 알고 있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술 마실 때 얘기했거든요. 그러니깐 그 친구는 사랑이란 감정을 짝사랑을 통해서만 경험해 본 게 유일한 거죠.(사랑도 종류가 많지만 여기에선 연애감정)

18.

어떤 한 면에 대해서 강하게 말을 하려면 반대편도 알아야 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강하게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19.

단순히 강하게 말하는 사람이 거부감이 들어서 안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글의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크고 강하게 얘기하면 신뢰감 비스무리한 게 생긴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그러니 따르는 이들도 생기는 거고요.

20.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말이죠. 그래서 그런 상황 자체를 경계해요. 강하고 단호하게 말할수록 생기는 신뢰감. 그런데 재미있는 건 온라인 세상도 똑같더라고요?


21.

뭐 다 지 말만 맞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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