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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울 Mar 24. 2023

쌀 한 톨도 베풀며 살지 않을 것이다.

1.

마음 한 구석에 돌려받을 생각이 조금이라도 싹튼다면 애초에 쌀 한 톨도 베풀지 말아야 한다.


2.

그러므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베푼다'라는 말을 꺼낼 수 있을 땐 무엇이 되었든 압도적이어야 한다. 난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간다.


3.

'기버가 되어야 한다.' 한 없이 주는 사람이 되어라.


4.

요즘 온라인 세상에 가득한 문구와는 전혀 반대되는 생각이다. 그리고 내 부모님의 가르침과도 전혀 다르다. 그런데 정작 내가 보고 배운 세상은 그 가르침과 전혀 달랐다.


5.

진흙 속에서 피는 꽃이라는 말이 있다.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일가를 이루어 자수성가한 경우를 지칭하곤 한다.


6.

이처럼 가족 구성원 중 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일가를 이룬 경우에는 한 개인이 집단 전체를 멱살 잡고 끌어올리는 경우도 있다.


7.

그런데 그리 오래 산 건 아니지만 그 반대의 경우가 천지 삐까리로 더 많더라.


8.

대개 문제 있는 소수가 한 집안의 멱살을 잡고 암흑 속으로 끌고 가는 경우들 말이다.


9.

우리 어머니는 평생 멱살을 잡혀 살았다. 끊임없이 주기만 하는 삶. 결국엔 지쳤다. 그 피곤함은 이내 후회로 변했다. 그 후회는 갈수록 짙어져 한으로 가슴속에 자리 잡혔다.


10.

그리고 그 한이 나머지 가족 모두를 평생 괴롭히더라. 이건 현재 진행형이며 아마도 당신이 눈을 감는 그날까지 이어지리라.


11.

물론 나에게도 주는 것만으로 과분한 존재가 있다. 내 새끼가 그렇다. 내가 아이에게 줄 사랑은 압도적이며 이기적이다. 돌려받을 생각 따윈 없다. 


12.

주는 것은 내 마음이요, 받지 않는 것은 걔 마음이다. 


13.

사춘기에 접어들어 툴툴거리든, 누가 낳아 달라고 했냐며 바락 바락 악을 써도 내 알 바 아니다. 이 마음은 극한으로 이기적이기에 난 최선을 다해 베풀 것이다.


14.

이런 상태가 될 수 없다면 남을 돕지 말라. 하물며 피붙이라도 돕지 마라. 이건 스스에게 하는 다짐일 뿐이다. 


15.

역설적이지만 그렇기에 난 베푸는 삶을 위한 걸음을 매일매일 내딛는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부유함을 넘어 압도적인 평온함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어른으로 나아가고 싶다.


16.

그저 주기만 해도 마르지 않기에 받을 생각조차 없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한 없이 압도적이며 한 없이 이기적인 그런 사람으로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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