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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l May 05. 2022

싱가포르 - 조수미를 만나다

혼자 옵서예


싱가포르에서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조수미 님의 싱가포르 공연을 기다리며 한국인들 모두 두근 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그중에 하나였다. 모공까지 보이는 자리는 지르지 못했지만 점으로라도 보고 싶었고, 목소리의 은혜로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팬데믹의 시작점과 나의 싱가포르는 겹쳐있어 문화생활이라고는 간간히 방문했던 영화관이 다였는데 드디어 제대로 된 문화생활을 누려본다. 같이 갈 사람을 찾다가 마감이 될 거 같아서 얼른 표를 구매하고 혼자 왔더랬다. 친구 가족 지인들과 함께 온 한국인들 틈에 끼여 혼자 앉아있었지만 마스크가 있었기에 뻘쭘함 따위는 없었다.

갑자기 비가 와서 늦게 도착했지만 다행히 싱가포르 타임으로 10분 늦게 시작했다. 첫 곡부터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오페라에 문외한이고 거의 듣지 않았던 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간단한 피아노 연주로 몇천 석이 넘는 홀을 채우고도 넘치는 것에 놀랐고, 앰프를 몇 개 삼킨 것처럼 온몸으로 소리를 내는 것에 경의를 금치 못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피아노가 되어 화음을 맞추다가 하프가 되어 공기를 뜯다가 어느새 두둥실 떠올라 솜사탕처럼 귀를 감쌌다.

가늠도 되지 않은 숨으로 소리를 길게 뽑아내어 거의 땅을 울리는 경지까지 이르렀던 그녀는 예술 그 자체였다. 사람이 저렇게까지 소리를 내려면 얼마 나의 연습이 필요할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지 생각하는 데에만 소름이 끼쳤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장음과 단음을 넘나드는 곡 선택에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외계어였지만 듣는 사람들은 그 음계 변화에 웃고 울었을 것이다.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앙코르 때 신속하게 찍은 게 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싱가포르까지 오셔서 고단한 본국 외노자들의 귀를 적셔준 그녀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한다. 페이스북에 떴던 광고에게도, 치과에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따분해서 페이스북을 들어갔던 나도 모두 칭찬한다. 중간에 쉬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기는 했지만 무려 2시간 반의 프로그램을 짜준 기획자도 모두 이쁘다.

모두가 함께 온 이곳에 혼자 온 누군가에게 참 멋지다고 괜히 말하고 싶다.

치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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