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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첫 번째라니

임산부가 처음인 회사와 처음 임신한 직원

by Mel

멜입니다.


이제 저는 한 달 뒤면 드디어 출산휴가에 들어갑니다. 휴가는 휴가인데 휴가가 아닌 그런 느낌입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회사는 미국 회사의 한국 지점으로 소수의 영업인력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여타 외국계와 비슷합니다. 주로 경력직을 뽑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미 부모인 분들, 그것도 보통 남성 분들이 들어왔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게 임신도 출산도 제가 처음입니다.


관련 법과 무슨 서류가 필요한지 등을 알아보는 것 모두 저의 몫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육아휴직 제도는 아시아에서 정말 흔하지 않기 때문에 인사팀도 저도 함께 공부하면서 서류 포맷을 만들고 수차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육아휴직을 얼마나 쓸 것인지부터 언제 들어갈 것인지 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무 고민 없이 2년, 3년씩 휴직을 턱턱 쓰는 은행권이나 대기업 친구들이 조금은 부러웠습니다.


저도 조직의 고민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세일즈 특성상 미팅과 실적이 전부인데, 남은 사람들에게 이를 전가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기어 다니지도 못하는 나이에 복직을 하는 것도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1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아이 곁에 머물고 싶었고, 마침 안 좋은 경제 덕에 (?) 저는 9개월 후 복직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1분기는 마감을 하고 들어가는 것이 마지막 남은 저의 양심이었기 때문에 저는 예정일로부터 2주 반을 남기고 출산휴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함께 일하는 다른 지사들의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고, 특히 친한 동료들은 한국 출장 시 선물을 챙겨 와 매번 감동의 도가니탕이었어요. 모두 저보다 나이 많은 부모들이었기에 이런저런 조언도 많이 해주어 참 좋았습니다. 한국의 육아휴직 제도를 부러워하는 동료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오래 쉬면 심심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둘째였으면 어서 가자 날래가자 하면서 3개월 만에 복직하고 싶어 했을까요? 어쨌든 간 9개월의 부재로 결국 대신할 계약직을 다행히 뽑게 되었고, 저는 벌써부터 신이 나서 인수인계 파일을 만들고 있습니다. 남은 동료들에게 많이 미안하지만 그만큼 아들과의 첫 만남이 기다려집니다. 회사일 야무지게 잘 마무리하고 들어가서 남은 시간 알차게 출산준비할 수 있기를.


치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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