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적인 콧바람이 생존에 필수인 아내와 동네 근방 말고 2박 3일 먼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제천.
첫 경유지는 원주에 있는 신촌막국수. 낮은 담장 밖으로 밭들이 보이는 마당에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사이 바로 옆에 넓은 건물을 지어 옮겼다. 기대치에 딱 알맞은 맛이다. 부드럽게 씹히는 면과 자극 없이 신선한 양념과 깊되 깔끔한 육수와 아삭이는 무절임이 잘 어우러진다.
두 번째는, 추천받아간 원주 빵공장. 치아바타가 정석이다. 커피는 그럭저럭 괜찮다. 단팥빵은 '식빵 속 앙꼬' 스타일이다. 존중하나, 내 취향은 '모닝빵 속 통팥'이다.
다음 코스는 감악산. 백련사에 주차하고 정상까지 후딱 다녀올 수 있다. 백련사 가는 길이 오늘의 발견이다. 계곡 끼고하늘 덮은 나무 사이 외길이 4km 이상 이어진다. 마주 오는 차는 다행히 적었고 비켜갈 공간이 군데군데 있었다. 차로 꽤 높게까지 오르니 절에서 보는 풍광도 충분히 좋지만, 1km 걸어 도달한 정상(945m)은 노력 대비 최고의 뷰를 보여준다.
내려오는 길에 계곡물에 손을 씻고, 백련사 길 초입에 점찍어둔 카페(소울빈)로 들어갔다. 마당에 개양귀비, 초롱꽃, 또 여러 꽃들, 곳곳에 주인장의 캘리그래피, 지붕과 창이 있는 독립 공간, 연못 속 작은 물고기들... 정성이 뚝뚝 떨어진다. 눈꽃 팥빙수의 수제 팥도 준수하다. 주인장이 (언뜻 봐도 비싼)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셨다. 친한 척해야 하죠? 농을 던지니 아내가 어이없어 웃고 나도 웃었다. 천생연분 사진이 탄생했다.
포레스트리솜에 도착해 곳곳을 쭉 돌았다. 몇 년 만이지만 똑같다. 변하지 않는 것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예를 들면, 백년해로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