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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지애 Nov 0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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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일기

듣게 되는 거의 모든 이야기에 깨달음을 얻었다. 잊고있던 조각들도 모아둔다. 지난 주 까지는 많은 것들에 답을 내려야했다. 고민의 이유는 의외의 곳에 있었다. 외로움을, 찾아오는 환절기마다 걸리고 마는 얕은 감기로 생각한 뒤에야 외로움을 떨쳐내려 애를 쓰는 것을 그만두었다. 모두들 미열과 어지러움에 푹신한 침대에 눕고 싶은 것을 어른스럽게 참고 있었다.


모든 질문의 대답은 예스로 두었다. 오기인지 과욕인지 알 수 없지만, 해열제보다는 찬 수건을 이마에 올리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이겨내보자- 라고 생각할 정도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 거리를 두고 천천히 흐르길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하나의 답은 벌써 결과가 나왔다.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만큼 나를 소중히 해주는 사람들과의 만남, 나는 줄곧 이런 보상을 원했다. 전혀 보이지 않던 어떤 항로가, 지도가 밝혀졌다. 좀 더 나를 위한 -혹은 나만을 위한- 목적을 가진다. 제 멋대로, 이기적으로 살아왔는데도 나를 목적으로 하는 의식적인 행동은 전혀,라고 할만큼 기억나지 않았고 그만큼 오늘의 작은 목표가 좋았다. 타인에 대한 기대와 의존을 모두 버릴 수 있는 목표!


또 얼마간의 성취도 있었다. 내가 정당히 -혹은 구구절절이- 얻어낸 타이틀에 대한 보상으로 내려진 친절을 기꺼이 기쁘게 받기로 한다.


또 어떤 것은, 일종의 직업병처럼 그대로 두기로 한다. 질병같은 고독도 그대로 둔다. 연료로 삼는다. 우습지, 우스움도 그대로 두고 연료로 쓴다. 아직도 오가는 나, 악몽뿐인 고향도 잊어본 적 없다. 아직 그 곳엔 많은 고독의 봉우리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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