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대안학교에 대한 새로운 단상
대안학교에서 대학가기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인간이 자신의 세상을 규정하고 문화를 인식하는 것은 변화의 속도만큼 빠르지 못한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믿고 있는 가치와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렌즈에 부합되지 않는 면면은 자동으로 걸러냅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인지편향은 인간의 뇌가 진화를 통해 발전시켜온 생존기제의 일부일 것입니다.
과거 인간의 뇌가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싸움 도주 얼어붙기 반응 fight-flight-freeze response”을 보였다면 지금의 인류가 가지고 있는 인지편향은 자신이 형성해온 세계를 위협하는 생각이나 사상 그리고 가치들을 지키기 위한 생존반응 중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인지편향의 인간 뇌구조를 두둔하거나 그렇게 고정관념을 유지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어느 때라도 빨리 자신의 생각을 틀을 과감히 깨치고 상자 밖으로 나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안교육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지 않더라도 우리사회에는 이미 많은 교육에 대한 많은 담론들이 존재합니다. 주류와 비주류의 범주 안에서 대안교육은 분명 비주류의 교육입니다. 그럼에도 왜 대안교육이어야 하는지, 왜 대안을 찾을 수 밖에 없는지, 그리고 우리사회의 교육에 대한 대안은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와 같은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 속에서 과감히 제도권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해마다 수만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공립학교가 전통의 교육을 고수하는 동안 아무런 보장도 없는 울타리 밖을 선택한 가정들은 대안교육 현장에서 입시공부보다 중요한 인성, 관계, 믿음과 같은 보다 고귀한 삶의 가치에 시선을 집중하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아이들이 저학년일때는 그나마 사회와 전통의 기준으로부터 눈을 돌리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러나 고민은 고등학교를 넘어 그 다음 배움터를 생각해야 할 때쯤부터 시작됩니다.
대안교육 현장의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대학을 가지 않는 것, 아니 보다 정확히는 대학을 갈 수 없는 상황들이 일종의 위협이라는 요소로 다가옵니다. 명문대와 인생의 성공을 동일시해온 우리 사회안에 형성된 인지편향이 자연스럽게 작동하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결국 ‘기승전대학’이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두 마리 토끼’밖에 존재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교육 제도에 다시금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게 됩니다.
대안학교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대안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공립학교의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들이 보장되어 있는 반면 제도권을 벗어난 소위 학교밖청소년들이 지원가능한 대학은 매우 한정적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안학교의 학생부 자료를 인정해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좋은 인성과 실력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대학 입학 사정관들에게 공식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자료가 없습니다. 올해부터 몇몇 대학을 시작으로 전면 폐지되는 자소서는 그나마 대안학교의 아이들이 제시할 수 있는 자료가 되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없어진 상황입니다. 오로지 10분 내외의 짧은 면접시간에 아이들은 자신의 강점을 어필해야 할 것입니다.
교육의 다양성은 제도권 안에서도 이루어져야 하지만 제도권 밖의 수많은 청소년들의 교육의 기회를 보장해 줄 때만이 가능할 것입니다. 공립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이 도피처를 찾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인생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사회는 제도적으로 다음 배움터의 기회들을 확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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