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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훈 Nov 26. 2019

침묵의 봄

아직도 반복되는 침묵

이번에 새로 참가하게 된 독서모임의 첫 발제로 '침묵의 봄'이 선택되었다. 나는 오랜만에 '침묵의 봄'이라는 단어를 들어서 반갑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생태학의 고전이며, 대학생 시절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느 정도 생물학이나 화학에 조예가 있지 않다면 용어도 어렵고 굉장히 따분한 책이 될 수 있어 걱정도 좀 되었다.


오랜만에 읽은 '침묵의 봄'은 살짝 실망이었다. 책 전반에 농약의 폐해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데, 엇비슷한 예시가 계속해서 등장하는 데다가 각종 화학물질이나 생물학 전문용어가 곳곳에 튀어나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다만 1960년대 출판되어 그 당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농약의 위험함을 최초로 경고하고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었다는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읽다 보면 농약에 대한 위험성이 과장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사람이 농약에 조금만 노출되어도 금방이면 죽을 것 같이 표현하며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한참 경고하다가, 또 뒷부분에서는 막상 농약이 해충이나 잡초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자연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생물종은 유전적 다양성이 있기 때문에 특정 농약에 저항성을 가지는 일부 개체가 살아남아 다시 번성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생태계는 수많은 생물들이 먹이사슬이라는 균형을 이루고 있어 특정 생물종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생물들로 점차 퍼져나가고, 심하면 그 균형이 무너져버리기도 한다. 사람이나 새, 이로운 생물에 대해서는 농약의 무서움만 강조하다가, 정작 해충이나 잡초에 대해서는 농약의 무 쓸모를 거론하니 아전인수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내용보다는 지금 현재에도 아직까지 이런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아팠다.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알린 이 책은 1962년에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2011년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져 공식적으로만 5천 명에 가까운 피해자가 발생했다. 가습기 살균제가 처음으로 시장에 출시된 1994년부터 판매가 중지된 2011년까지 매년 약 60만 개씩 팔렸다고 하니, 사실상 전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이 화학물질에 노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는 주로 실내에서 살균제를 들이마신 어린이와 노약자에게 집중되었는데, 이 살균제로 폐가 손상되어 평생을 고통스럽게 숨 쉬며 살아가야 한다. 우리 아이에게 깨끗한 공기를 마시게 하려고 가습기 살균제를 썼는데, 오히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되다니. 피해자 부모님의 찢어지는 마음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3.0/5.0

- 아직도 인간은 어리석고,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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