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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다림의 연속...

[뉴욕에 살다]

by 뉴욕에 살다

뉴욕 생활이 두 달 남짓 되었다. 지난번 적응의 연장선 상에서 미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에는 뭔가 엄청난 각오가 필요하다. 성격 급한 사람은 살기 어려운 나라가 미국인 것 같다. 뭐든지 느리다. 그러려니... 하고 참다가도 어느 순간 욱하는 순간이 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인 듯...(쓰다가 딜리버리가 오는 바람에 일주일 만에 글을 다시 쓴다. 다행히 마음이 많이 가라앉아서 정제된 상태에서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이란 나라에 오고 나서 사람답게 살려면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소셜 넘버, 은행 계좌, 집 그리고 차(운전면허)가 가장 크리티컬 하다. 보통은 도착한 직후 당일이나 바로 다음날 소셜을 신청한다. 시차 적응이라고는 0.1%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에 끌려가듯(너 이거 해야 해!) 일단 신청을 하고 본다. 뉴욕에는 4군데의 장소에서 소셜을 신청할 수 있다. 한국으로 치면... 시청쯤 되려나... 하는 일은 주민센터 같은데 한국만큼 많지 않다. 심지어 관할 구역이 다르면 안 해준다. 처음에 롱아일랜드 미네올라에 가서 한참을 기다려서 신청을 하려고 했다가... '너 퀸즈니까 퀸즈 가서해..." 네... 그리고 퀸즈에 있는 자메이카에서 또 한참을 기다려서 신청을 했다. 그리고 소셜을 받기까지... 열흘... 소셜이 나와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은행 통장을 만들 수 있고, 핸드폰을 개통할 수 있고(물론 Pre-paid 같은 거 말고 진짜), 운전면허 시험을 신청할 수 있다. 겨우 소셜이 나오고 바로 DMV에 가서 면허 필기시험을 봤다. 그리고 또 열흘쯤... Learner permit을 받았고... 실기 시험(주행) 신청을 했다. 결국 아직 보지도 못했다. 두 달쯤... 걸림... 아놔 진짜 이 사람들... 차를 사려면 면허가 있어야 한다. 참 어렵다. ZooTopia에 나오는 나무늘보가 괜히 나무늘보가 아니었어.....

그리고 집을 구했다. 구하고 텅 빈 집 바닥에서 생활을 하다 IKEA를 영접하고 매트리스를 구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침대 프레임이랑 소파는 너무 커서 차로 옮길 수가 없어서... 인터넷에서 사고, 배달을 요청했다. 익히 악명을 들었던 터라... 포기하고 2주를 기다렸다. 두둥... 배달이 오는 날... 여기는 배달 전날이면 자동응답 전화가 온다. 내일 몇 시~몇 시 사이 갈 테니 사람이 있어야 한다(없으면 말고). 그래서 기다렸다. 12시-16시에 온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15:59에 또 걸려온 전화... 2시간 지연이니까 2시간 더 기다려... 그래... 그리고 6시는 넘었고... 전화는 안 받고... 하루가 다 지나고 밖은 깜깜해졌다. 화가 나기 시작하고 포기하려는 찰나 8시가 다 됐을 무렵... 문들 두드리는 소리... 쿵쿵 쿵쿵쿵... 딜리버리!

이제야 왔다. 내 하루를 날리고 이제야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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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비가 오는 밤이었는데... 이게 몇 개야... 내가 사고를 쳤구나 생각했다. 그냥 완성된 가구를 살걸... 배달이 너무 지연이 되어서 팁을 줄까 말까 고민했다가... 2층 집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엄청 무거운 박스 8개를 날라다 주고 착한 표정을 지으셔서 팁을 주고 말았다. 사실 무척 고마웠음...

그리고 혼자만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약간 비를 맞은 박스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그냥 다 바로 조립을 다다다다다다다다 해버렸다. ㅎㅎㅎㅎㅎ 내일 아침 일찍 출근이지만... 그냥 다 해버렸다. 몸살 날 뻔! 완성된 모습은 나중에...

기다리다 화가 난 순간이었는데... 배달이 오고 나서는 조립 모드로 바뀌면서 분노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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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정화용 사진... 한국에서 쓰던 드립 커피포트랑 컵을 가져왔다. 이 컵에 뭔가를 마시면 안정이 되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 뭔가 애착컵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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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마음 정화용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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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JFK AIRPORT 얼른 정이 가야 할 텐데... 아직은 많이 낯설다.

P.S 제주에서 '카페 투어'를 한 것처럼 어떤 테마로 글을 쓰고 싶었는데... 곰곰이 고민을 하다 '뉴욕 펍 투어' + '뉴욕에서 마실 수 있는 맥주'를 테마로 글을 써볼 까 한다. 다른 건 못했어도 두 달 동안 맥주는 꾸준하게 마셨다. 어떻게 되겠지 뭐...

2018. 10. 30.

여기도 가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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