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시대다. 이에 따라 AI가 전문직을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하지만 이는 좀 더 두고볼 일이다.
전문직은 전문지식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그들의 전부는 아니다. 정보화 시대, 그들의 진정한 힘은 정보접근권에서 나온다.
최근 국토부에서 아파트 실거래사례를 동단위까지 제공한다고 하여 이슈가 되었다. 그 전까지 아파트 실거래가는 층, 전유면적, 가격 정도만 제공되었다. 하지만 감정평가사(정확히는 감정평가법인 등)에게는 동뿐만 아니라 호 정보도 공개된다. 소유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해당 물건의 도면 또한 공유된다. 그리고 그런 양질의 정보로 도출된 결과인 감정평가액도 평가업계에서 공유된다. 따라서 일반에 공개되는 자료로 학습한 AI에 의한 가치추정과 감정평가사에 의한 가치평가는 어떤 면에서는 정보의 질이 다르다.
하지만 전문직의 이런 정보접근권을 카르텔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논의 주제를 바꿔볼 차례다. 그런 민감한 개인 정보들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이 옳은지 말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논의에 정답은 없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일반에 공개하는 순간 그것은 엎질러진 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도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논의는 타협만이 있을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전문직에게 허락된 정보접근권은 그 타협의 결과다. 다만 그러한 타협의 전제는 이로인해 달성되는 공익보다 부작용이 더 많다면 언제든지 새로운 방법을 논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AI의 시대에는 전문직 개개인의 직업윤리가 중요해 진다.
한편으로, AI가 전문직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AI가 가진 달콤한 기술력만으로 결정될 문제는 아니다. 최근 AI의 창작물에 대해 저작권을 부정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왜냐하면 그러한 기술이 현재 인간의 통제 밖에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그것은 아직 그 누구도 책임지지 못 하는 기술이다.
이런 관점에서 AI와 전문직의 대결 구도를 결론짓는 것은 시기상조다. 정보접근권의 전제인 전문직 개개인의 직업윤리가 얼마나 지켜질 것이며, AI가 인간이 통제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에 대해서 인문학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은 AI에 좌절할 필요도, 전문직을 평가절하할 필요도 없다. 모든 것은 일장일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