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공시지가의 기준가치

by 양파로야구

표준지 공시지가의 적정가격은 시장가치인가, 정책가치인가

표준지 공시지가는 매년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산정되며, 그 기준가치는 ‘적정가격’으로 규정되어 있다. 문제는 이 적정가격이 시장가치인지, 정책가치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가치란 통상적인 시장에서 충분한 기간 공개된 후, 대상물건의 내용에 정통한 당사자 간에 신중하고 자발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경우 가장 성립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을 의미한다. 반면 정책가치는 특정한 정책 목적을 반영하여 시장가치에 가감해 산정한 가격이다.


정부는 표준지 공시지가의 적정가격을 시장가치라고 설명하지만, 동시에 현실화율이라는 제도를 통해 그 수준을 정책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가치는 전제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개념인데, 정부는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의 가격”이라고 정의하면서도, 실제 산출물은 그 전제와 일치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현재의 공시지가는 이론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모순을 안고 있다.


공시지가는 이미 정책가치다

세법의 관점에서 과세표준은 ‘또 하나의 세율’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한 파급력을 가진다. 공시지가는 곧바로 과세표준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미 정책가치다. 더 나아가 공시지가는 과세를 포함해 총 67개의 행정·정책 목적에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공시지가가 다수의 정책 목적 간 형평을 반영하는 가격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적정가격은 명백히 시장가치가 아닌 정책가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상적인 구조와 현실의 한계

하지만 필자는 적정가격을 명확히 시장가치로 전제하고, 기준시점(예: 1월 1일) 현재의 순수한 시장가치를 공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리고 과세를 포함한 67개의 정책 목적은, 각각의 정책 목적에 따라 별도의 가감율을 적용한 정책가격으로 전환하는 구조가 합리적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상향하겠다고 선언했다가 거센 반발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이는 정책의 옳고 그름 이전에, 정부가 가치다원론(시장가치와 정책가치의 구분)을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공시가격은 시장가치가 아니라 과세가치로 인식된다. 정부는 시장가치라고 말하지만, 국민은 과세가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가치를 전제한 채 논의가 이루어지다 보니, 정책에 대한 불신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토지의 공시가격은 인상하되, 과세표준으로서의 과세가치는 별도로 유지하는 방안을 함께 제시하고 이를 충분히 설명했다면, 공시가격 현실화율 90% 정책은 충분히 합리적인 정책으로 이해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 과정을 생략했기에, 정부가 말하는 ‘장기적 공익’은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기술적 가능성과 또 다른 쟁점

한편, 현실화율 100% 달성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이는 정부가 공시가격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미가 되며, 정치적·이념적 논쟁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토지를 공적 영역으로 보고 자유시장주의의 예외로 인정하자는 주장에도 일정한 설득력은 존재하지만, 그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현재 공시지가는 표준–개별 방식의 대량평가에 의해 산정되는데, 표준지의 지역별 편차, 비준표의 완성도에 대한 의문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려면 표준지 수를 늘리고, 표준지 평가를 보다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이는 곧 추가 예산 부담으로 이어지며, 그 투입 대비 효과 역시 불확실하다.


기준가치부터 명확히 하자

결론적으로 필자의 주장은 단순하다. 적정가격의 기준가치를 명확히 규정하자는 것이다.


적정가격이 정책가치라면, 어떤 정책에 어떻게 활용되는 가치인지 분명히 밝혀야 하고,시장가치라면 과세가치 등 정책가치와 구분할 수 있는 과세표준 전환율과 같은 추가 제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지금처럼 명목상 시장가치이되, 실질적으로는 반쪽짜리 정책가치에 불과한 상태에서는 공시지가와 관련해 정부가 하는 설명은 결국 모두 신뢰를 잃게 된다. 이는 정책 실패 이전에 개념 설정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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