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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 Feb 09. 2024

거짓말

공시지가의 기준가치

표준지 공시지가, 감정평가 법인 등은 매년 표준지 공시지가를 평가하게 된다. 그리고 표준지 공시지가의 기준가치는 적정가격인데, 이 때 이 적정가격이 시장가치인지 정책가치인지가 문제된다.


시장가치란 대상물건이 통상적인 시장에서 충분한 기간 동안 공개된 후 대상물건의 내용에 정통한 당사자 사이에 신중하고 자발적인 거래가 있을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대상물건의 가액을 말하고, 정책가치란 특정한 정책적 목적이 반영되어 시장가치와 다르게 이를 가감하여 산정한 가액을 말한다.


정부는 적정가격을 시장가치라고 하지만, 현실화율이라는 제도를 통해 적정가격을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가치란 상황마다 달라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명확한 상황을 전제해야 하는데, 정부의 적정가격은 당해 토지 및 주택에 대하여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적정하다고 인정되는 가격이라고 하면서 그 결과물은 통상적인 시장에서의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의 가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시지가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부실하다.


한편, 세법의 관점에서 과세표준은 또다른 세율이라고 불릴정도로 파급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공시지가는 그대로 과세표준이 된다는 점에서 이미 정책가치다. 거기에 더해 공시지가는 과세 포함 67개의 정책목적을 위해 사용된다. 요컨대, 공시지가는 67개 정책목적의 공평을 반영한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의 적정가격은 분명히 정책가치이다.


와 관련해, 필자는 개인적으로 적정가격을 시장가치로 명확히 전제하고, 실제로 1월 1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시장가치를 공시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67개의 정책을 위한 표준은 각 정책목적을 고려해서 각 정책별로 가감율을 곱해 정책가격을 산정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부가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리겠다고 선언한 뒤, 거센 저항을 받아 이를 철회한 바가 있다. 이는 정부가 국민들에게 가치다원론의 개념을 명확히 지적하고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서 공시가격은 시장가치가 아니라 과세가치로 이해된다. 정부는 공시가격을 시장가치로 말하지만, 부동산 시장참여자들은 과세가치로 인식하는 것이다. 양자가 말하는 두 가치가 개념적으로 다른데, 이러한 차이를 명확히 짚고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토지의 공시가격은 올리되, 과세표준으로서의 과세가치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제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이해시켰다면, 공시가격의 현실화율 90% 정책은 충분히 합리적인 정책으로 이해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소통과 이해의 단계를 생략했기에 공시지가 현실화율의 정상화 정책이 장기적으로 공익을 위한 것이라는 정부의 말은 거짓말이 되어버렸다.


한편, 만약 현실화율 100%의 달성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정부가 공시가격을 통해 부동산 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말이 되니, 정치 및 이념적으로 문제다. 하지만 토지만은 공적 영역으로 보아 자유 시장 주의의 예외로 허용하자는 주장에도 나름 설득력이 있어 정부의 시장개입 정당성 여부는 판단하기 어다.


다른 맥락, 예컨대 감정평가의 맥락에서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 100%의 달성이 기술적으로 가능한가도 문제다. 현재 공시지가는 표준-개별방식의 대량평가에 의한다. 하지만 표준지 공시지가의 지역별 편차 문제 및 비준표의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표준지의 수를 늘리고, 표준지 공시지가의 평가를 현재보다 더 정밀하게 진행 할 수 있도록 체계 개편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입장에서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추가 예산의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고, 또 이를 통해 정부가 시장에 실체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지 미지수다.


말이 조금 샜지만, 본론으로 돌아와 필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적정가격의 기준가치를 명확히 규정하자는 것이다. 적정가격이 만약 정책가치라면 그러한 가치가 어떤 정책에 적용되는지 등을 명확히 하고, 시장가치라면 이를 과세가치 등 정책가치와 구분할 수 있는 과세표준 전환율 등 추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지금처럼 명목상 시장가치지만 실질적으로는 반쪽짜리 정책가치에 불과해서는 공시지가와 관련해 정부가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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