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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 Jan 02. 2023

착한 주택, 착한 가격

토지공개념과 반값주택에 관하여

토지는 실물로서 존재하지만 개념으로서 인식된다. 즉, 토지의 물리적 존재와, 그 토지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는 완전히 별개다. 그리고 감정평가의 관점에서 토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토지 가치를 변화시킨다.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사태와 더불어 토지에 대한 인식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던가 '벼락거지'라는 유행어들은 토지 경제에 대한 불평과 불만로 가득하다. 이런 불평, 불만에 대한 답으로 정부는 토지 임대부 주택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이른바 '반값 주택'이다. 반값 주택은 토지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주택 분양 시 토지를 제외한 건물만을 분양한다.


이런 공공재로서의 토지 개념이 제안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토지 공개념은 과거부터 논의되어왔다. 지만 우리사회의 보편적 정의인 력주의와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토지 공개념은 수용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


력주의의 관점에서 토지 공개념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토지 개발의 결과로 생산 된 생산물에서 토지의 내재적 공적 가치분과 지주의 능력 및 노력에 의한 부분을 구분해야 하는데, 토지의 생산물에서 지주의 능력과 노력에 의하지 않은 공적 가치 부분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토지 공개념은 자칫 부동산 개발에 수반되는 지주의 능력과 노력을 완전히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한편,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토지 공개념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토지가 다른 재화와는 달리 소유권을 크게 제한할만한 공공성을 가진다는 것에 대한 증명과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에 따른 이슈 등을 비롯한 분단국가로서의 역사적 특성상 우리나라에서 토지 소유권의 과도한 제한은 자칫 정치적 이념 문제로 확대될 수 있기에 그러한 논의는 시도조차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 공개념은 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주택가격의 상승은 토지 가격의 상승에 기인하며, 토지 공개념을 도입하고 이를 국민들이 공감하는 것은 주택 가격을 안정화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임을 부정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제안하는 반값주택 충분히 의미있는 시도다.


물론 반값주택의 제도 특성상 토지 가치 상승분을 전유할 수 없으면서 토지 가치 상승에 비례한 토지 임대료를 거주 기간 동안 값주택 소유자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은 확실히 불만이다. 반값 주택 소유자가 지역 주민으로 지역에 정착해 생활하면서 지역의 생산과 소비에 직,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지역의 발전에 간접적으로 공헌했다는 점을 부정할 순 없, 따라서 토지 가치 상승분의 분배에서 배제되는 건 일면 불합리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불만과 불합리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해답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값주택의 대지권으로서 지상권이 가진 시세 차익이 바로 그것이다. 대지권이란 구분건물을 소유하기 위해 구분건물이 소재한 토지에 가지는 권리를 말하며, 구분건물의 소유권은 대지권과 분리될 수 없다. 그리고 대지권은 통상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되지만, 반값주택의 경우 대지권이 지상권이 된다. 한편, 소유권은 크게 처분 권능과 사용 및 수익 권능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토지 소유권의 사용 및 수익 권능을 승계한 권리가 바로  지상권이다.

 

즉, 지상권은 토지의 사용 권능을 가지므로 가치를 가진다. 따라서 이론상 반값주택 소유자는 토지의 가치에 비례해 상승하는 지상권의 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정부는 최근 LH 환매 조건을 없앤 토지임대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반값주택이 토지 가치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반값주택도 로또 분양 등 과거, 시장에서 투기 가격으로 거래된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예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은 반값주택의 공급 규모 및 빈도가 부동산 시장의 가격선도자로서 역할하기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반값주택의 형평성 문제는 정책 규모나 빈도의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반값주택이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값주택을 공급하고, 그 토지임대료를 다른 반값주택 부지를 매입할 재원으로 재투자 하는 선순환의 체계를 구축할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값은 너무나도 못됐다. 정도를 한참 벗어나 주택 소유자들은 집값하락을 걱정하고, 무주택자들은 내집 마련을 포기한다. 주거는 인의 필수 요소이기 때문에 집값은 착해야 한다. 렇다면 착한 가격의 기준은 무엇인가?


정부는 과거, 분양가 상한제로 착한 가격의 기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는 개발이익을 토지 가치에 포함시켜 가격을 책정한다는 점과 분양시점을 늦춰 토지 가치가 충분히 성숙한 뒤에 토지 가치 평가를 실시해 개발이익을 극대화하는 후분양제를 이용한 꼼수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어 착한 가격의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새롭게 정부가 제시한 반값주택은 착한 주택 가격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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