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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 Apr 05. 2023

공중정원

지상철과 그 인접 토지의 가치

지상철, 특히 2호선 지하화는 2000년대 초부터 선거철 단골 공약이었다. 도시의 미관을 해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요컨대, 우리는 우리의 도시에서 지상철을 철저히 타자로서 배척하고 있다.


과거, 기술력 부족으로 많은 철들이 산과 강을 지하로 뚫지 못해 지상철로 형성되었다고 한다. 바꿔 말하면, 많은 지상철이 산과 강 근처 명당에 입지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옥수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이유다.


지상철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지상철 밖에서 바라보는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필자는 가끔 지상철 안에서 잔잔한 금수강산의 풍경을 바라보며, 지상철을 타자로서 배척하는 것이 합리적인가를 고민한다.


, 감정평가 관점에서 지상철은 아쉬운 요소다. 소음, 먼지, 진동, 미관 때문에 지상철 인접 토지의 감가 요인이다. 예컨대, 건대 입구역의 지상철과 인접 건물들이 만들어 내는 공간의 어색한 위요감은 사람을 긴장시킨다. 그리고 그런 긴장감은 곧바로 토지 가격에 반영된다.

건대입구역: 지상철과 인접한 건물때문에 좁고 답답한 느낌이 든다. (출처: 카카오맵 로드뷰)


하지만 가끔 성수동 일대를 감정평가할 때, 필자는 평가사로서의 본분을 넘어, 지상철과 그 인접 토지의 "현실화 된 가치"가 아닌 "잠재 가치"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타자가 아닌 자아로서의 지상철은 분명 잠재 가치가 있다. 그리고 우리는 꽤 가까운 장소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인접건물 2층과 연결된 서울로 7017 (출처: 카카오맵 로드뷰)

서울역 근처를 걷다보면 마주하는 서울로 7017은 인접건물과 메가스트럭쳐를 연결함으로써 도로와 메가스트럭쳐로 단절된 거리에 새로운 길과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 이런 서울로 7017의 성공 사례를 지상철에 적용해 본다면, 지상철에 옥상을 덮고, 옥상과 인접 건물의 2~3층을 연결해 새로운 길과 공원을 만들면 어떨까?


연남동의 경의선 철도 공원 (출처: 카카오맵 로드뷰)

한편, 경의선이 지하화되면서 기존 철도 자리에 드러선 철도 공원은 이미 연남동의 명물이 되었다. 철도가 가진 계통의 연속성 관점에서의 잠재 가치를 증명한 좋은 사례다. 하지만 그 잠재가치는 퇴역한 철도뿐 아니라 현역 철도도 가지고 있다. 요컨대, 서울의 금수강산, 명당 곳곳에 자리잡은 지상철새로운 유형의 으로의 가능성 등을 가지고 있다. 즉, 지상철을 타자로 외면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북부간선도로 위에 준공 예정이었던 아파트 조감도 (출처: SH공사)

최근 SH공사는 서울 북부간선도로 위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었다. 그 성패는 제쳐두고, 이러한 움직임은 도로라는 인프라에 대한 "토지의 입체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토지의 입체이용 관점에서 지상철이 가진 가치와 효율성, 금수강산의 입지성 및 그 스토리가 가진 감성, 철도 공원으로 증명된 공원과 길, 계통의 연속 관점의 가능성 등을 잘 엮어낸다면 지상철은 서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텐데... 필자는 이런 아쉬운 마음을 가슴 한켠에 묻고, 지상철도 인접토지의 가치를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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