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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선생 Jan 25. 2024

날 닮은 아이를 낳으라는 악담


“아...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전화를 끊고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100일에 가까운 긴 미로의 출구 앞에 드디어 선 것 같았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게 좋아해야 하는 일은 맞는 건지. 더 반성하고 괴로워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낳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뻔한 나이기 때문이다.


고작 열흘쯤 지났을까? 산후조리원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쪽잠을 자며 아빠라는 역할에 익숙해지려 노력하던 어느 날 밤이었다. 낮까지 잘 놀던 아이가 숨을 쉬지 못했다.


“그냥 코가 막힌 거겠지. 아기들에게는 흔한 일이라던데 뭐.”


몇 번씩 체온을 재며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말하는 아내에게 나는 무심히 말했다.


“내일 아침 일찍 길 건너 소아과에 가보자.”


조금이라도 눕히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보며 내가 건넨 두 번째 말이었다.

한참 동안 아이를 안고 있던 아내가 말했다.


“오빠.. 지금 응급실에 가볼까..?”
“응...”


그나마 나은 대답이었을까? 아내는 아이 옷을 입히고 나는 차키를 찾아 문을 나섰다. 가족이 된 후 우리 셋이 처음 하는 외출. 목적지는 대학병원 응급실. 예상한 일정은 간단한 진료. 실제 의사 선생님의 첫 반응.


“바로 입원해야겠네요.”


그 이후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이 공간에 적지는 않으려 한다. 단지 이 외출은 생각보다 꽤 많이 길어져 4주를 꼬박 채우고 집에 돌아왔다는 것만 말하려 한다.


아이가 시술 후 기절하듯 잠이든 날, 아내가 펑펑 울며 말했다.


“오빠.. 난 어릴 때 진짜 고집이 셌어. 그때마다 날 미워하던 친척이 날 보며 ‘너도 너 같은 아기 낳아봐.’라고 했었거든?

그런데 난 그게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좋았어. 난 내 모습도, 성격도 너무 좋아하거든.

그런데 우리 아이를 보니 그 말이 너무 끔찍한 저주라는 걸 알게 됐어. 난 어릴 때 몸이 정말 많이 아팠어. 저 어린 게 이렇게 심하게 아프게 된 게 꼭 내 탓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나도 아내도 그렇게 보낸 4주였다. 스스로를 책망하고 서로를 변호하며 아이를 돌봤다.


이젠 제법 우량아가 된 아이가 으앙 울 때마다 생각한다. 너무 고맙고 너무 사랑한다고. 울 힘조차 없어 신음하며 병상에 누워있던 네가 우리 집 침대에서 앙앙 울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날 닮은 코와 아내를 닮은 입이 매력적인 우리 아기와 일상으로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건강하고 현명한 네 엄마처럼, 너도 엄마를 꼭 닮아 건강하고 현명한 어른이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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