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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Aug 29. 2021

채식 2주 차(결단을 내리다)

네? 제주도를 가신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채식, 댕댕이, 아기를 위해 제주도를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왜 아이가 마지막..)


성남에서 나고 초등학생 때부터 서울에서 자랐지만 저의 첫 직장은 특이하게도 제주도였습니다.


초등학생 때까진 영특한 학생이었지만 중, 고등 때 친구를 잘못 만나(?) 어둠의 길로 빠져서 허송세월을 보내던 아들내미를 계속 두고만 볼 수 없으셨던 저의 부모님은 군대를 제대한 24살. 이 짐덩이를 치우기로 결심하십니다.


평생 어렵게 모은신 돈으로 절 유학을 보내주셨습니다.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미국에서 열심히 놀고  귀국한 아들은 대략 79.8%는 사람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20.2%는 언제든 빠른 변태를 위한 잠재적 누에고치 상태. 얘는 그냥 같이 살아야 할..)


평생 제주도를 가 본 적이 없었던 아들은 제주도 영어학원에서 첫 직장을 시작하게 됩니다. (무려 12년 전. 이때는 하루 8 ~ 12시간씩 수업을 하며 사람이 아닌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추석이 되어 돈도 아끼고 여행도 할 겸 집에 가지 않고 처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하게 됩니다.


노형동에서 출발해서 오른쪽으로 제주도를 일주하였습니다. 해안도로의 무인 카페, 어느 이름 모름 해수욕장에서 만난 명상을 즐기던 금발 머리의 외국인, 아직 개발이 덜 되었던 월정리, 성산일출봉을 구두를 신고 뛰어오르던 체력(넌 지금 어디에..) 배를 타고 도착한 너무나 아름답던 우도의 해수욕장, 언젠가 널 다시 만날 그날이 오면 섭지코지, 천지연, 제연, 박연과 모든 게 신기했던 여미지 식물원, 흐뭇했던 성박물관, 앉아서 돈을 버시던 산방산의 좌불님(존경합니다..) 가슴 벅차던 일몰과 함께 마주한 차귀도, 말이 필요 없었던 금릉, 협재 해수욕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난밤 태풍에 머리가 날아가버렸다는 택시기사님의 말씀을 믿었던 용두암의 추억까지. 이때의 제주도를 아직도 잊지 못해 해마다 제주도를 찾는 거 같습니다. 지금의 제주도는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제게는 여전히 매력적인 곳입니다.


저와 와이프가 취미로 즐기는 프리다이빙을 하기에 제주도만큼 좋은 곳이 없습니다. 황우지 해안, 소천지, 판포포구, 여러 해수욕장과 섬들 아름다운 바다가 너무나 많습니다. 제주도를 꼭 가야 할 이유들 중 하나이죠.


채식 도전 2주 차인 햇병아리는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래도 점진적으로 채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전보다 다소 가뿐해짐을 느낍니다. 화장실도 잘 가고요.


채식이 우리 부부에게 주는 긍정적인 변화가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더 게임 체인저스를 보고 씨스피라시, 카우스피라시 그리고 자본주의의 밥상이란 다큐들을 보고 나니 채식(비건)은 나를 위해 그리고 인류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직 채식을 한다는 말을 하기도 부끄럽지만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한 채식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 작은 씨앗이 하나 생긴 거 같네요. 싹 틔우기 위해 열심히 양분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채식을 하는 그날이 오길 바라며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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