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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Nov 21. 2021

제주도로 이사 갑니다.

시작은 애월에서.

9월에 제주도 이사를 결심하고 추석 연휴에 집을 내놨다. 그다음 날 집을 보러 온 사람이 들어오겠다고 한다. 

빠르면 내년쯤일 거라 생각던 이사가 11월 3일로 잡혔다. 김포에서 2년 8개월을 살면서 정이 많이 들었는데 떠나야 한다니 시원섭섭한 마음과 오만가지 생각들로 감정이 휘몰아쳤다. 


무엇보다 하고 있는 일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급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고 있는 수업들은 어머님들께 언제 말씀드리지?' '뭐라고 얘길 해야 하나?' '내려가선 뭐 먹고살지?' 

'이사는 어디서 알아보지?' '살 집도 안 구했는데 집은 언제, 어디에 구하지?'

막막하지만 선택을 하고 결정을 내렸으니 육지에서의 삶을 하나 씩 정리하기 시작한다.

먼저, 추석이 지나 어머님들께 제주도 이사를 말씀드리고 수업을 10월까지만 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안내드렸다. (너무 아쉬워하는 어머님들이 많으셔서 정말 죄송하고 감사하고 그랬다ㅠ)

내려가서 뭐 먹고살지는 답이가 없으니. 일단 내려가서 살 집부터 구하기로 한다. 육지에서 집을 구할 땐 항상 네이버 부동산을 이용했는데 제주도는 네이버 부동산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확인해보니 역시나 물건들이 없다. 제주도는 제주오일장을 사용한다. 


노트북으로 검색을 하며 어플도 설치했다. 어디로 갈까. 고민이다. 약 12년 전 제주도에서 강사 일을 하며 1년 간 살아 본 경험이 있다. 그 후로 적어도 1년에 1, 2번은 꼭 제주도 여행을 갔다. 적당히는 제주도를 안다고 생각했고 바다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서귀포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뭘 하고 살진 모르겠고 경매는 할 거니 일단 법원이 조금 가까운 곳에 살자고 생각했다. 구제주, 신제주는 너무 도시이니 애월, 한림, 조천, 구좌 중 구하기로 했다. (한림, 구좌에 구했으면 큰일 날뻔했다. 신제주까지 너무 멀다.)

오일장에서 물건들을 5~6개 정도를 추려서 토요일 하루, 당일치기로 보고 오는 미션 임파서블을 실행하기로 한다. 확인할 부동산의 위치를 파악하고 동선을 짜서 각 중개사로 전화를 했다.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6곳을 보기로 했다. 공항에서 출발하여 첫 시작은 한림에서 반대로 돌아서 애월, 조천, 구좌의 집들을 보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시작은 전세로 하려고 했기에 전세 물건들만 다 뽑아놓았다.


다음 주 토요일 제주도로 내려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빌린 렌터카를 타고 한림에서부터 집을 돌기 시작한다. 한림에서 본 집은 전원주택이었는데 관리가 안되어서 풀이 엄청 자라 있고, 집이 다소 낡아 보였다. 여긴 패스. 그다음 애월은 빌라였는데 집이 낡아도 너무 낡았다. 여기도 패스. 다음은 또 다른 애월 빌라, 여긴 에어비앤비나 한달살이를 하려고 집을 꾸며놓은 거 같은데 잘 안 됐던 거 같다. 그래서 급하게 전세를 내놓은 거 같은데 우린 짐이 있으니 안된다. 여기도 패스. 다소 무거운 마음을 안고 조천으로 향한다.

조천은 아파트 형태의 집이었다. 제주도는 아파트라고 해도 세대수가 적고 층수가 낮다. 여기도 세대수가 적고, 층이 낮은 아파트 형태였다. 여긴 복층형 아파트였는데 특이하게 방이 없다. 이게 뭔 소린가 하니 위층, 아래층이 똑같은 크기에 위층도 거실 겸 방, 화장실. 아래층도 거실 겸 방, 화장실로 된 구조다. 구조가 특이하지만 지금까지 본 곳 중 제일 낫다. 바로 앞이 바다라 뷰가 아주 좋다. 그런데 여긴 집에서 곰팡이 냄새가 많이 난다. 관리가 안된 흔적들이 보인다. 그리고 시세를 조사해보니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붙어있다.

음.. 여기도 아닌 거 같다. 패스!


마지막은 구좌의 빌라다. (사실 구좌에서 전원주택을 하나 더 보기로 했으나 거리가 있어서 거긴 안 갔다.) 여긴 제발 집이 괜찮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도착을 했다. 단지는 널찍하고 주차장도 잘 돼있다. 일단 시작이 좋다. 집도 아주 깨끗하고 맘에 든다. 구조도 복층이 있는데 복층이 엄청나게 넓다. 바다도 멀리 아주 잘 보인다. 금액도 적당하고, 모든 게 마음에 드는데 집이 제일 멀리 있다. 공항까지 차가 안 막혀야 40분이니 50분은 걸린다고 봐야 했다. 하아. 고민이 되는구나. 육지에 올라가서 다시 말씀을 드리기로 하고 그렇게 집을 결정하지 못한 채로 돌아왔다. 


항공료, 렌트비, 기름값, 식비를 계산하니 30만 원이 그냥 깨져버렸다. 음.. 이렇게 집을 구하긴 어려울 것 같다.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애월에 월세로 올라온 빌라를 발견했다. "어? 이 집은 내가 경매 관심물건에 넣어 놓았던 곳인데?" 제주 법원에 갈 수가 없어 손가락만 빨고 있었는데 누군가 저렴하게 받아 가서 내심 아쉬워했던 물건이다. 연세가 생각보다 싸게 올라왔다. 부동산에 바로 전화를 해본다. 이것저것 물어본 후 전화를 끊고 와이프님과 상의를 한다. "이렇게 집을 구하긴 어려울 거 같은데 내가 가보진 못했지만 위치나 물건을 알고 있는 집이 있는데 이 집 연세로 살아 보는 게 어떨까?" 와이프님께서 선선히 승낙을 하셨다. 오케이!

부동산에 다시 전화를 걸어 그 집 계약을 하겠다고 했다. 부동산은 집주인과 통화하고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한다. 부동산에서 전화가 온다. 그런데 응? 갑자기 연세를 100만 원을 올리겠다고 한다. 이 무슨.. 

마음을 가라 앉히고 천천히 대화를 한다. 그 집을 경매로 얼마에 낙찰받았는지. 그 전 세입자가 연세 얼마에 살고 있었는지를 내가 아는데 갑자기 연세를 100이나 올리는 건 낙찰자의 욕심인 거 같으니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50만 원을 올려줄 테니 계약을 하자고 했다. 입주는 11월 3일에 하되 보증금을 지금 바로 보내주겠다고 하고 연락을 기다렸다.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고 50만 원을 올려서 계약을 하기로 했다. 올레! 이렇게 집을 구했다. 여담이지만 현 집주인은 경매로 본인 명의로 하나, 와이프 명의로 하나를 받아서 둘 다 월세를 놓았다. 하나는 우리가 들어왔고, 다른 하나는 보증금은 500, 연세를 250을 더 올려서 세를 놓았으니 우린 집을 저렴하게 잘 구한 편이었다. 좋다. 이렇게 우리의 제주 살이가 시작되었다. 시작이 좋다. :)

집에서 보이는 조그마한 바다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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