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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Jun 15. 2023

아름다운 실수

이것만큼은 숲을 보듯




<아름다운 실수>라는 그림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매 해 수업하는 아이들과 나눠 읽기를 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실수가 두려운 1학년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겪는 마음의 동요를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관점의 변화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항상 멋지고 성공이 보장된 일만 하고 사는 사람도 없고, 실수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거기에 머물러 있기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발판으로 보는 것이다. 알고 보면 당시엔 너무나 커 보였던 모든 실수는 내 인생, 아니 아이들의 성장과정에서는 극히 일부인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에게는 점이 아니라 거대한 섬만큼의 부담감일지 모르지만 그걸 알아가는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사실, 눈앞의 실수나 걱정에 휩싸여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어른인 나 자신에게 가장 위안이 되는 책이기에 좋아한다고 하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최근에 <회복 탄력성>이란 책을 읽으며, 저자인 김주환 교수가 개발한 ‘회복탄력성 지수(KRQ-53)’ 테스트를 해보았다. 걱정이 많긴 해도 나름 회복이 빠르고 긍정적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결과는 놀라웠다. 그저 하나의 유형테스트일 뿐이지만, 자기조절능력, 대인관계능력, 긍정성 이 세 가지 점수를 모두 합한 결과인 회복탄력성 점수가 나는 아주 낮았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세 점수 중 긍정성은 높고, 이 긍정성을 높이면 나머지 점수도 함께 향상될 것이라 적혔으니 테스트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긍정성 높이기에 힘써보기로 한다. 그런데 가만, 이 결과와 내 스트레스에 접점이 있다. 거절하지 못해 오는 일방 소통의 결과와 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결과가 지금은 점이 아니라 주먹만큼의 크기는 되는 것 같다. 내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쌓이기만 했던 이유였을까?


어젯밤 한 학부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당신 아이가 다른 아이와 작은 다툼으로 울고 간 일을 내게 쏟아내는 것이었고 수긍할 수 없는 말이 더 많아서 나는 가만 듣고만 있었다. 이때 아이들에게 읽어준 <아름다운 실수>의 마지막 장을 떠올렸다. 나를 휩쓸고 가는 지금 시간이 하나의 점일 뿐일 테니 털어버리자 하고. 털어버리지 못했으니 이렇게 넋두리를 하고 있는 것일 테지만 지나치게 예민하게 구는 사람들과 마주할 때마다 내가 더 여물지 못했음에, 되돌려 줄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듣고만 있었음에 후회를 하곤 한다. 


흔히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한다. 나무를 보아야 답을 찾을 수 있는 때도 많지만 실수나 상처에 관해서만큼은 나도 나무보다 숲을 보는 것이 다음 걸음을 내딛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음에 점들을 쌓아 바위만큼 크게 만들었던 나를 반성한다. 나의 마음 근력은 더디 길러지는 중이다.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처럼 나도 작은 실수나 상처에는 초연할 수 있는 느긋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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