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공개 Jun 26. 2024

모든 sns를 그만두었다. (3)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의 인정을 받으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좋아요를 받으려 고심할 필요도 없거니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 누구를 상처 주는 건 아닌지, 악플을 받는 건 아닌지 전전긍긍할 이유가 없어졌다.


사시사철 사람관계에 예민하고 민감했던 삶이 드디어 해방을 외치게 되었다. 누가 누구랑 뭐를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소소한 나의 삶,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 그것이 제일 1순위가 되었다.


sns뿐만 아니라 현생에서 또한 그러하다. 혼밥 혼책 루틴이 어느새 1년을 훌쩍 넘겼다. "품위 유지하러 가냐"는 지나가는 무례한 농담에도 "품위는 아니고 취미입니다"라며 쓸데없는 토를 다는 여유가 생겼다. 직장관계에서 느끼는 자유로움, 그리고 해방감.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더라. "직장에 좆목질 하러 가지 마라" 좆목질을 일삼았던 나의 과거를 떠올려보면, 그게 다 무슨 의미인가, 부질없었다. 결국은 정치질, 세력싸움, 뒷담, 불평, 오해와 와해가 돌고 도는 게 꼭 sns랑 닮았으니 말이다.


그 말은 곧 "sns에서 좆목질 하지 마라"라는 말처럼 들렸다. sns에서를 통한 지난 만남들도 역시나 부질없었다. 결혼을 하게 된 인연을 빼고선, 좋았던 추억들은 씁쓸한 뒷맛으로 끝이 났다. 뭐가 좋다고 사람들을 쫓아다녔나.


바글바글한 거미줄을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본다. 오늘도 누군가는 추앙받고 누군가는 물어뜯기며 누군가는 자긴 그런 적 없다는 듯이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부드럽게 닦아낸다. 젠가 나는 과연 저곳으로 돌아가게 될까?


뱉어버린 지난 나의 말들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일희일비 진심으로 대화하는 모습이 꼭 발버둥 치는 불쌍한 어린양 같았다. 어리석어라, 어리석어라. 나이를 먹어도 순수한 게 꼭 어리석구나.


공허한 인터넷망에 펼쳐지는 거미들 간의 거미줄 싸움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한다.  삶이 얼마나 오래 갈진 모르겠다만, 이렇게 조용히 숨어 지내고 싶다. 나의 거미줄 위에는 고요하고 부드러운 순풍만이 흐르길 바랄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