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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평화 Feb 25. 2020

개학 연기, 갑자기 홈스쿨링?!


지도하는 학생의 부모님과 어린 자녀를 둔 지인으로부터, 최근 상담 요청을 받았습니다. 갑자기 '개학 연기'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냐는 것입니다. 지역에 따라서 이미 개학 연기가 결정된 곳도 아니고, 논의가 진행 중인 곳도 있다고 합니다.


국가 비상상태와 그에 따른 정책 집행은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만, 특히 맞벌이 가정의 워킹맘이신 분들은 더욱 곤란함을 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육아와 자녀 교육이 물론 엄마만의 것은 아니겠지요? 늘 자녀 교육은 부모 모두가 힘을 모아야 성공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저는 우선 초등교육의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논술과 사고력 학습의 전문가로서 개학 연기 시기에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둔 분들이 빠르게 집에서 실천해볼 수 있는 교육 방법에 대해 간략하게 안내해보고자 글을 씁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홈스쿨링'이라는 키워드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께 메시지를 전해보고자 합니다.



손으로 하는 교구, '고르는 과정'부터 자녀와 함께 


이번 개학 연기와 같은 일시적이고 한정적인 '추가 방학'에서는, 건강하고 안전하게 시간을 보내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대단한 무언가를 실행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서 더 연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학교도 학원도 가지 않고 외출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탈 없이 그저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첫 번째겠지요. 


저는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여유일수록 기간과 목적에 맞게 계획을 세우길 추천드립니다. 그것이 3일짜리 경험이든, 4일짜리 경험이든, 혹은 일주일 짜리 경험이든 제가 늘 '완결도 습관이다'라고 얘기하는 바와 같이, 완결된 경험을 갖는 것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하다 말고 흐지부지 되거나, 어지럽히기만 하고 개학이 다가오는 것보다는 '시작'과 '끝'이 있는 경험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일주일 짜리' 교구라는 관점에서 놀이와 학습의 중간에 있는 것들을 선택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코딩 교육을 겸하는 모듈형 로봇키트 '모디'입니다. 가격이 좀 있습니다만, 장난감 수준이 아니라 중학생에게도 충분한 교구의 예시입니다.


초등학생용 교구는 과학이나 미술에서부터 '손으로 갖고 노는' 교구가 무척 많이 나와있습니다. 학교도 학원도 가지 않는 시간 동안 절대 학습지나 인터넷 강의 말고, 이런 '손으로 갖고 노는' 것을 추천 드리는 이유는, 단순하고도 분명합니다. 바로 이런 것들은 아이들이 한 번 빠져들면 시간이 빨리 가기 때문이죠. 


다만 교구 사이트를 검색하시다 보면, 교과 과정에 나와 있는 학습 교재를 파는 곳들도 상당히 많으니 주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교과서용 실습 도구가 그 자체로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미 배운 것을 재미없게 복습하거나, 혹은 앞으로 배우게 될 것을 굳이 '스포일러'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비교과 교구를 추천 드립니다. 


특정 교구를 추천 드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장난감' 수준이 아니라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들 수준에서도 충분히 몰입해볼만한 '로봇 키트' 등이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어떡하냐고요? 요즘 공학적 도구를 가르치는 일에는 남아 여아가 없죠 :)


다만 최근에는 아래와 같이, 재료의 무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교구가 팔리고 있다는 뉴스도 있었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골라주는 것도 부모의 몫입니다.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79784&ref=A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을 선택할 지 처음부터 자녀와 '고르는 과정'도 학습의 과정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작정 비싼 것을 골라서도 안 되고, 두 세 시간만에 다 끝내고 흥미가 없어져버릴 것들을 골라서도 안 됩니다.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이나 평소 흥미로웠던 것과 연결이 되면 더 좋습니다.


어떤 교구를 선택할 지 부모가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자녀가 혼자 고르게 놔두는 것도 아니고, 함께 토론 토의하면서 의논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홈스쿨링의 기본은 '모든 것이 학습'이라는 관점


그리고 초등 자녀든, 중등 자녀든 상관 없이 모든 부모님들에게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이런 특별한 상황 자체가 아이들로 하여금 폭 넓은 학습이 일어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입니다. 


'개학 연기'라고 해도 자녀가 어리다고 해서 '상황이 그런 게 있어'라고 넘어가거나, 막연한 위험에 대해서 얘기하는 정도로 넘어간다면, 오히려 괜찮은 학습 기회를 놓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무엇인가, 왜 우리는 손 씻기를 해야하는가, 이 정도는 아주 기본입니다. 


http://lg-sl.net/product/scilab/sciencestorylist/ALL/readSciencestoryList.mvc?sciencestoryListId=ALSC2018010004


왜 마스크를 써야하는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의 차이는 무엇인지, 우리는 왜 이 바이러스를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부르는지, 바이러스의 백신은 어떻게 만들어지며 치료제 개발은 왜 어려운지, 이런 것들이 모두 살아있는 학습 거리이며 이번 기회로 자녀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최근에는 '질병관리본부'라는 기관의 이름도 뉴스에서 무척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역학조사'라는 말도 자주 등장하죠. 자 그렇다면 이 '역학조사'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질병관리본부에 관한 법령에서 캡쳐한 내용입니다. 역학조사 방법의 일부에 대해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뉴스에서 나오는 OO번 환자, OO번 환자, 이런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전파 경로' 라는 것은 어떻게 조사하는 것인지, 역학조사가 왜 중요하고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질병관리본부는 무엇을 하는 곳이고 우리는 왜 정부의 지침에 잘 따라야 하는지?


이런 얘기를 풀어서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면, 아이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얘기보다 훨씬 귀를 쫑긋 세우고 듣게 됩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이 다 코로나 바이러스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도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 세계의 이야기, 뉴스나 인터넷에서 오며가며 접하지만 잘 알아들을 수 없었던 얘기들을 쉽게 풀어 알려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흥미를 찾습니다. 자녀의 나이와 학년에 맞게 쉽게 설명하거나 간단하게 비유하는 것은 부모님들도 노력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어른 입장에서는 약간의 검색과 뉴스 탐독만으로도 자녀들을 위한 흥미로운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부모의 역할은 '궁금한 것의 총량'을 키워주는 것


즉,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개학이 연기 되었는데, 그 사이 아이들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도록 해야할까요?' 라는 질문에, 실질적인 답변은 놀이 교구를 활용하여 집에서 놀면서도 자연스럽게 학습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었습니다만, 큰 틀에서 자녀와의 소통 속에서 홈스쿨링 접근법의 기본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를 덧붙여 봅니다. 


처음으로 홈스쿨링에 대해 고민해본 부모님들께서는, 공부란 학교, 학원, 교과서, 학습지 등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비체계적이고 비구조적인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더 효과적인 학습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연스럽게 세상 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키우며즉, '궁금한 것의 총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많은 성공한 부모님들의 비밀이었다는 것이 제 책 '논술형 엄마들'에서도 강조했던 내용이지요.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다양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자녀들도 소위 '역사적 사건'을 겪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사건을 겪고도 나중에 다 크고 나서 '그 때에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유행병 때문에 학교 안 가고 집에서 놀았어'라고 기억하게 될 아이들이 있을 것이고, '그 때에 바이러스가 돌아서 뉴스에서 부모님이랑 질병관리본부 발표도 보고 역학조사가 뭔지도 공부하고 그랬는데' 라고 기억하게 될 아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나라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많은 부모님들이 직장 생활과 자녀 육아에 있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집단적 전염병 덕분에 회사들은 재택 근무를 실험하고, 병원들의 원격 의료가 시범 운영되듯이, 본의 아니게 많은 부모님들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고도 무언가 가르쳐야 하는 일', 즉 홈스쿨링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어서 어려운 상황이 수습되고 모두가 안정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원하지만, 자칫 이동 제한이나 집단 생활 제재가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현명한 부모님들께서는 자녀 교육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져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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