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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평화 Jan 26. 2020

'국제 바칼로레아' 도입 논의가 한국사회에 지니는 의미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 IB)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에 의해 2019년 발표된 정시 확대 방침 발표 때부터입니다. 국제 바칼로레아는 그 영문 약자에 의해 IB라고 지칭하는 것이 통상적인 표현이니 이하에서도 IB로 줄여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후 많은 교육계 인사들이 IB에 대한 지지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오세정 서울대 총장입니다. 


교육 정책 변화는 늘 상당한 정치적인 민감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번 교사의 재량권 및 평가권 문제, 사교육 문제, 대학 입시 형평성 문제 등과 더불어 찬반 논의가 엇갈립니다. 이 글은 IB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논의를 떠나서, IB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이것이 왜 이슈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차근히 설명해보기 위한 글입니다. 



먼저 IB에 대한 객관적 사실만 몇가지 나열해보겠습니다. 특히 교등학교 과정에 부합하며 주로 대입 인증 및 평가에 활용되고 있는 디플로마diploma 프로그램 기준입니다. 


 IB 디플로마diploma는 전세계 상위권 대학에서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대입 평가 및 인증 수단이다. 
 과목을 선택해서 자신만의 이수 코스를 짤 수 있다.
 반드시 2개 이상의 언어로 공부를 해야만 수료할 수 있다(모국어 + 1개 외국어 가능).
 수업과 평과 과정에서 '객관식' 문제를 푸는 비중이 현격하게 적다. 수학 과목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문제 풀이 방식이 주관식, 그리고 논술식이다.
 이수 완료할 경우 총점 45점 만점 기준이다.(즉, 변별을 위한 점수의 분산variance이 크지 않다)
 Extended Essay와 Theory of Knowledg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연구'하여 긴 글을 쓰고 평가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상의 내용만 보면 수능 세대가 보기에는 무척 이상한 교육 과정처럼 보입니다. "저런 식으로 공부해서 받은 점수로 대학을 간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과목도 자기 선택에 따라서 달라지고, 객관식 평가도 거의 없는데다가, 총점 45점 만점 갖고 서로 비교를 한다니, '줄 세우기' 방식의 수능 관점에서 보자면 소위 '불공정'의 여지가 무척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칫 수시 축소와 정시 확대를 과거와 같은 방식의 '전국민 줄 세우기'로 이해해선 안 됩니다. 왜 그동안 많은 이들이 IB 도입 혹은 IB 방식의 교육을 외쳤고, 지금에서야 다시 구체화되는지, 그리고 소위 사회 인사라거나 교육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IB를 얘기하는지에 대한 의미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제 바칼로레아 도입 논의'가 한국 사회에 지니는 의미는, 바로 이 '전국민 줄 세우기'로 회귀할 수 없다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강력한 반작용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변별력과 공정성 문제를 떠나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문제 의식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제 의견 기준입니다만, 미래 교육이 IB 방식의 교육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입학 평가의 변별력이나 공정성 문제를 떠나서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국가와 사회가 봉착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정확히는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더 훌륭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가?',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국제적 경쟁력을 지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가?',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졸업 후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잘 찾아가는 아이들이 될 것인가?',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국 사회의 인력 기반을 탄탄하게 할 것인가?' 등등의 질문입니다. 



자 이제 부모님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죠, 대학을 보내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대학을 보낸 이후의 문제는 더 중요합니다. '명문대학-취업(고시)-안정된 직장'이 삶을 보장하는 시대는 이미 저물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IB 방식의 교육은 동일 조건에서 IB 점수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다른 점수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대학에서의 학업 성취도 및 졸업 성적이 좋다는 연구 결과와 견해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암기식 교육, 객관식 평가, 줄 세우기, 이러한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현재의 고등학교 교육이나 평가 방식의 문제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공감하고 있습니다. 물론 IB가 완벽한 해답은 아닙니다. 특히, '모든 학생들을 IB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더욱 해답이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IB 도입에 적극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는 '전교조' 역시, 논술식 토론식 수업 및 평가 방식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 상황과 교육 여건에 맞는 방식으로 교육 과정을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국제 바칼로레아, 즉 IB 교육이 도입되어도 수많은 사교육 문제, 그리고 공교육의 권위나 현실성 문제, 교사들의 처우문제, 공정성이나 변별력을 둘러싼 사회 갈등 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점에서 다시 IB 도입 논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바로 '이런 식으로 가르치고 평가해선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라는 문제 의식을 수많은 전문가들이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자연스레 미래 교육 방향이 결국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하게 만드는 토론, 독서, 논술로 채워진 수업'에 있다는 공감대와 제안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IB가 되었든 IB가 아닌 다른 방식이 되었든 수업 및 평가 방식은 변해갈 것입니다. IB는 이미 잘 갖춰진 체계이기에 제안되는 형식적 대안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하는가?'가 지금까지 왔던 방향의 반대로 갈 수는 없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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