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ank Stella in Jena

프랭크 스텔라와 독일 예나

by 일이영


1000023810.JPG 스텔라의 야외작품이 있는 광장과 주변 건물들



우울감을 안고 예정되었던 예나(Jena)라는 독일의 작은 도시를 방문하였다. 이때가 9월 중순이었다.

목적은 그곳에 있는 프랭크 스텔라의 야외 작품을 보러 가기 위함이었다.

내 논문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의 후기작품에 대해 논문을 쓰는 데 정작 한 번밖에 본 적이 없고 그것마저도 거의 10년 가까이 전이라

그거라도 봐야겠다 싶어서 당일로 후딱 갔다 왔다.


도착하자마자 보조배터리를 연결할 케이블을 근처 쇼핑몰에서 우선 사고 바로 작품 보러 갔다. 다행히 쇼핑몰 바로 앞에 작품이 있었다. 그리고 마을을 둘러보는 중간중간에 몇 번이고 찾아갔다.

시간대와 날씨에 따른 변화가 궁금해서 관찰하고자 했다.


운이 너무 좋게도 도착하자마 비가 많이 내렸다. 덕분에 가방 앞주머니에 넣어놓았던 초콜릿들이 흠뻑 젖어 있었고 게다가 안쪽까지 빗물이 조금 스며들어 안에 있던 책이 조금 축축해져 있었다.

빗 속에서 작품을 관찰하다가 비가 점점 심해져 안으로 잠깐 피신할 정도로 많이 왔었다.

그래서 덕분에 정말 다양한 모습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이 야외작품의 매력인 것 같다.



예나에 있는 스텔라의 야외 작품은 총 3개다.

- Garrison (1995, Stainless Steel)

- Newburgh (1995, Stainless Steel)

- Bear Mountain (1995, Stainless Steel+Bronze)


1000023801.JPG Garrison (1995, Stainless Steel)
1000023812.JPG Newburgh (1995, Stainless Steel)
1000023825.JPG Bear Mountain (1995, Stainless Steel+Bronze)

Ernst-Abbe-Platz라는 Friedrich-Schiller Universität의 Mensa (학생식당) 앞의 광장에 띄엄띄엄 놓여 있다.

방학이기도 하고 비도 많이 와서 그런지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는 학생들과 광장을 지나는 몇몇 사람들을 빼고는 광장자체는 굉장히 한산하였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쇼핑몰 바로 앞에 있기도 해서 평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거나 삼삼오오 모이는 장소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작품들은 1995년에 처음 이 광장에 놓였는데, 스텔라의 작품과 현대미술에 대해 연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우선 작품들에 대해 개인적인 감상을 얘기하자면,

자꾸자꾸 보면 볼수록 발견하는 것이 매번 달라서 작품 하나를 봐도 항상 인상이 달라진다.

물론 작품이 가진 고유한 형태는 정해져 있지만,

조금 가까이 가서 속을 들여다보면 생물이 미세하게 하게라도 항상 움직이듯이 작품도 그렇게 보인다.

메탈이라는 딱딱한 소재가 어떻게 이렇게 유연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있을 수 있는 가!

복잡하게 얽혔지만 유연한 구조와 다양한 질감과 형태의 메탈의 소재가 우리의 시야를 어지럽혀 환각을 일으키는 것 같다.

작품은 항상 설치된 곳에 있고 부동의 자세로 있지만 그걸 인식하는 우리의 눈은 시시때때로 작품을 다르게 인식하는데, 잠깐 다시 멀어져서 작품을 보면 또 전체적인 인상이 바뀌게 된다. 그러면서 주변의 풍경과 어울려져서 인간이 이룬 문명 속에 작은 영적인 존재와 같은 인상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작품은 자연에 의해서도 변하고 있다.

스테인리스 철로 만들었지만 스텔라는 에칭의 기법으로 일부러 부식시켜 표면을 거칠게 하는 등 소재의 질감에 다양한 효과를 냄과 동시에 비와 바람에 의해 소재가 자연히 부식하게 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여전히 빛나거나 빛을 잃어 거친 인상을 내뿜는다. 철의 본래의 성질 더불어 자연과 인공적인 작용에 의해 변화된 성질로 이루어진 질감과 색의 조화도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Garrison 작품에는 작은 풀들이 작품 위에 터를 잡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작품 곳곳에는 거미줄도 보인다. 그리고 Newburgh과 Bear Mountain 작품 위에는 사람들이 스티커를 붙이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로 낙서를 해놓기도 하였다.

보통은 이러한 것들은 작품의 원래의 상태를 훼손하는 것이기에 바로 제거하는 등 항상 최상으로 유지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 혹여나 방치되고 있는 것일까?

나한테는 작품 위에 새로운 생명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작품은 이를 받아들이고 묵묵히 있는 듯이 보였다.

마치 나무 같았다.

흔히 나무에는 벌레나 새들의 안식처가 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그네를 달아 어린 시절의 놀이터이자 나중에 하나의 추억이 되는 것처럼 그곳에 다양한 생물들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장소가 되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제삼자를 끌어들임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기 때문에 작품은 정체되어 있지 않고 시간과 더불어 함께 변화해 가는 존재가 된 듯하다.


그래서 작품자체는 메탈의 모노톤이지만 내 눈에는 그렇지 않다. 시간과 주변의 에너지가 한데 어울려 표상적으로 나타나는 모든 색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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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작품들이 예나의 큰 광장에서 무심코 놓여있다는 것이 놀랍고 재미있다.

한국에서는 흉물스럽다고 스텔라의 작품이 철거된 적이 있는데, 이러한 에너지를 느끼지 못해서 생긴 해프닝이겠지.

여행할 때 가장 기피하고 싶은 날씨인 폭우였지만,

오히려 작품의 여러 면모를 볼 수 있어 다행이었고 처음으로 이런 궂은 날씨가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돌아가는 길에 작지만 귀엽고 오래된 책방을 발견해 뤼벡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Friedrich Schiller의 엽서도 기념으로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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