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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타치 Oct 08. 2024

와일드 로봇

엉엉 울었다.

아무런 정보 없이 태영이가 보고 싶어 해서 갔다가 인생 영화가 탄생했다.


주말엔 늘어지게 늦잠 자기 좋은 시간인데 조조할인을 받기 위해 알람을 맞추고 부지런을 떨었다. 이럴 때만 알뜰한 척한다. 아침잠이 많은 태영이도 나와 같은 시간에 알람이 울려서 고요하던 집안이 요란법석 난리도 아니다. 그 와중에도 세상모르게 자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남편 말고 우리 큰 아드님 말이다. 남편은 새벽에 일어나서 벌써 아침밥을 해놨다. 나는 나라를 구한 여자인가? 하하)

부지런한 남편 덕분에 아침밥까지 챙겨 먹고 졸린 눈을 비비며 아직 텅텅 빈 영화관에 도착했다.

출처 pixabay

언뜻 <빅 히어로>가 떠오르는 동글동글한 로봇이 등장한다. (인간과 너무 비슷한 로봇은 무섭다는 태영이) 인간은 안 보이고 동물들이 사는 세상에 도우미 로봇이 떨어지며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로봇의 임무는 무엇이든 도와주는 도우미다. 집안일과 육아로 바쁘고 힘든 엄마 같다. 자식처럼 잘 키워준 기러기가 사춘기에 접어들며 도끼눈 뜨고 쳐다보는 장면에선 옆에 앉아 있는 아들에게 눈길이 간다.

'아들~ 찔리지 않니? 영화 같이 보자고 해서 너무 고맙구나.'

로봇 로즈의 고군분투를 보며 눈물이 차오른다.

태영이가 이 영화를 보자던 어떤 의도가 있었던 걸까? 엄마를 위로해 주려고? 영화가 끝나고 물어보니 이런 영화인 줄 몰랐단다. 그랬구나. 나는 사춘기 아들과 아주 평범한 현생을 살고 있다.

출처 pixabay

각박한 요즘, 아니 각박함은 매일 갱신되고 있다. 조간신문을 보며 시작하는 아침은 세상에서 가장 힘들고 잔인한 일들의 연속이지 않은가. 오늘자 신문을 보기 전에 더 먼저 본 이 영화는 무섭고 메말랐던 마음을 사르르 녹이며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 인류애, 모성애, 동료애, 가족애 등등 사랑이 넘려 흘러 마르다가 쩍쩍 갈라진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의 쓰나미를 안겨주지 않을까 싶다. 왜 이리 거창하게 말하냐면 그만큼 좋았다는 표현을 하고 싶어서다. 비루한 글발로는 전달이 안될 것 같아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는 이 와중에 그 또한 모자라다니. 하여튼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면 꼭 챙겨야 할 준비물이 있다. 손수건.


살아남으려면,
때로는 프로그래밍된 자신을 뛰어넘어야 해.

                                                                                                               와일드 로봇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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