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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쓰는 반성문

by 라타치

고개를 떨구었다.

닫힌 입술은 한 없이 아래로 쳐지고...

"다녀오겠습니다. 이따가 봐요. 안녕."

태영이는 잔뜩 먹구름이 낀 채로 등교를 하였다.

내가 만들어 버린 아침이다.


어젯밤 늦게까지 수학 숙제를 하고 잔 태영이는 아침에 힘들게 일어났다. 눈도 못 뜬 채 밥알을 입에 넣으며 도서 정리를 해야 해서 일찍 가야 한다고 말했다. 도서관 부장이 되고 나선 일주일 내내 도서관에서 사는 것 같다. 중간고사가 2주일 밖에 안 남았는데 수학 빼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걱정으로 끝나지 않고 잔소리가 나와버렸다.

"태영아, 중간고사가 코앞인데 수학만 하면 안 돼. 다른 과목도 해야지."

평소에는 수학만 공부하고 시험 기간에는 모든 과목을 공부하라는. 고로 평상 시든 시험기간이든 계속 공부하라는 잔소리다. 수학만 해서 불안한 마음인데 아침밥을 먹으며 도서관에 일하러 간다고 하니 어제 했던 똑같은 잔소리를 다시 했다. 어제보다 더 힘주어 큰 소리로. 태영이는 자기도 안다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어났다.

"네가 해야 될 일을 먼저 하고 나서 봉사를 해야지. 봉사활동하려고 학교 가는 거 아니잖아."

공부도 봉사도 태영이의 몫이다. 본인이 순서를 정하며 하는 거다. 겨우 중학생인 태영이다.

성적에 눈이 멀어 하루의 시작인 아침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cobweb-1630493_1280.jpg pixabay

어제 첫째의 대입설명회를 다녀왔다. 설명회를 들으며 궁금증이 풀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짜야하는데. 물론 첫째랑 말이다. 공부로는 잔소리를 하지 않기로 한 첫째 말고 둘째를 잡았다.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 둘째를. 고등학생인 첫째를 보며 중학교 때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후회와 욕심에 엄한 짓을 했다.

첫째와 둘째를 연관 짓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둘은 엄연히 다른 존재다.

horses-430441_1280.jpg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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