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신다면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요. 하실 건가요?"
앱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바로 이런 선택의 순간들이었다.
이 순간들이 나에게 다가올 때면 내 눈동자는 늘 타인을 찾기 바빴다.
어떤 것이 이익일지, 어떤 것이 최선인 지 전체를 바라보는 능력이 나에게는 부족했다.
그런 이유로 이런 결정 때마다 나 보다 지혜로운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주었으면 싶었고 실제로도 조언을 받아 선택한 부분이 많았다. 이게 바로 회사 체질인 사람들의 특징이다. (창업하고야 알게 된 나의 체질)
창업을 시작하면 끊임없이 스스로 선택을 하고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말 그대로 내가 대표이기 때문이다. 물론 혼자의 선택보다 다수의 조언을 들어하는 결정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할 수는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순간 본인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이다.
나의 경우는 나의 생각 없이 타인들의 조언을 구했던 경우가 문제였다. 이런 경우 스스로 그 결정에 책임지는 과정에서 방향을 잃어버리게 된다. 마지막에 본인의 생각을 거친 선택만이 그 책임을 온전히 받아들인 후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선택은 늘 과보를 동반한다. 선택에 따른 이익이 아니라 선택에 따른 불이익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 그게 바로 선택을 잘하는 방법이었다
대기업에 다니던 친한 동생은 임신 기간, 육아 휴직을 받기 위해 지옥스러운 입덧을 버티며 회사를 다녔었다. 쟤는 왜 입덧을 저리 유난스럽게 하냐, 저럴 거면 회사를 왜 나오냐는 등등 몇몇 여자 직원들의 비난을 받으면서 까지... 그러던 그녀는 돌연 사직서를 내고 퇴사를 하였다. 그때 당시 동생이 내게 했던 말은 이것이었다.
"언니, 이 세상에 후회 없는 결정은 없어요. 저도 아이 키우면서 돈이 좀 아쉬울 때는 퇴사하지 말고 좀 더 버틸 걸 후회한 적도 있었어요. 근데 그 회사를 계속 다녔어도 전 퇴사를 안 한 걸 후회했을 거예요. 워낙 일이 힘들었잖아요. 매일 울면서 출근했는 걸. 그러니 뭐든 언니가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세요. 저도 딱 그거 하나 보고 선택했어요. 그에 따른 결과는 그냥 덤덤히 받이 드리는 거죠. 완벽한 선택은 없어요."
그때 당시 유산 직후 힘들어하고 있던 내게 동생의 말은 그 어떤 따뜻한 위로보다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조언'이었다.
동생은 자신의 행복을 기준으로 퇴사를 결정했지만 누군가는 돈을 기준으로 선택했을 수도, 누군가는 다른 무언가를 보고 선택했을 수도 있다. 여기서 나는 무엇을 기준에 두고 선택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선택에 따른 불 이익의 결과를 덤덤히 받아들이는 준비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제껏 환상 (이익)만을 바라보고 선택했고
창업 후 현실 (불이익)을 감수하며 선택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선택에 책임을 진다는 건 자기 자신의 뿌리가 단단해야 가능한 일이다.
본인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기 버거워하는 사람은 육아나 사업처럼 추가로 다른 무언가를 책임지는 게 버거울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창업가로서 스스로 선택에 책임지는 연습이 필요한 시점인 듯하다.
처음엔 선택에 책임지는 게 목 위가 갑갑할 정도로 버겁고 무겁게 다가왔지만 (현재 나의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