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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이 May 30. 2022

인사기획자가 하는 일

부제: 사측 인간


“그 임원은 왜 물러난 건가요?”


평소 잘 모르던 회사 사람과 식사를 함께 하게 되어

“저는 인사팀에 있습니다” 라고

자기소개하면 종종 저런 걸 묻곤 합니다.

“이번 홍길동 부장 발령은 왜 그렇게 된 건가요”,

“제가 다음번 부서로 어디 가고 싶은데 잘 봐주세요”

이런 질문도 단골입니다.


이젠 익숙해져서

하하 제가 무슨 힘이 있다구요

하고 넘기지만

예전에는 참 정성껏 설명드렸습니다.

제가 왜 그런 세부 사안은 잘 모르며,

왜 그런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지를.


저는 인사기획 합니다.


저는 인사기획 담당인데,

그런 한 명 한 명의 사안은 잘 모른다고.

저는 사람들의 패턴을 분석해서

제도를 설계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령은 통계로서만 인식한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본인이 궁금해하는 것의

답변에만 관심이 있지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관심이 없지요.

 

“인사기획인지 뭔지는 내 알 바 아니고 그래서,

이번 발령 배경을 잘 모른다는 거야 뭐야.

말해주기 싫으면 그냥 대외비라고 하지

뭘 구구절절 변명을 하는 거야.”


이런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는 걸 보면서

이제는 그냥

‘서로 일이 달라 제가 발령은 잘 모릅니다 ^^’

‘인사팀에서 이거 저거 하고 있어요 ㅎ’

라고 말하곤 합니다.


HR 종사자들도 간혹 궁금해 합니다.


심지어, 블라인드의 직무게시판(경영지원/관리)에도

인사기획이 뭐 하는 일인지 묻는 글이 있습니다.

인사 분야 종사자 분들에게도 생소한 듯 합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인사기획자가 하는 일들.


* 별표(⭐️)는 빈도수


1. 인사부서 사업계획 수립 (⭐️⭐️)

연간 인사운영 방향

인사 KPI 수립 / 실적 점검


2. 경영진 지원 (⭐️⭐️⭐️⭐️⭐️)

인사관련 검토 과제 수행 (스팟성, 애드혹)

  예)

   - 콜센터 적정인원 검토

   - 임원 장기성과급(주식보상) 방안

   - 코로나 단계별 인건비 긴축 시나리오 등

 

3. 커뮤니케이션 지원 (⭐️⭐️⭐️⭐️)

대외: 언론/공공 등 외부용 인사 관련 메시지 작성

대내: 인사 관련 대직원 메시지 작성

  예)

   - 당사 인사/문화를 자랑하는 기획기사 초안

   - 대표이사께 들어온 질문(경영철학 등)의 답변

   - 악의적 보도에 대응하는 기사문, 성명서 초안 등

   - 인사담당 대표의 각종 인사운영 방향 레터

   - 대표이사의 인사 관련 대직원 메시지 등


4. 인사제도 수립 (⭐️⭐️⭐️)

직급/직무/평가/승진/보상 등 인사제도 수립 및 개선


위 내용은,

제가 블라인드에서 한번 댓글을 달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의 댓글 내용을 조금 변형해서 옮긴 것입니다.

제 경우에 비추어 적은 거라서

다른 인사기획자 분들의 업무와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대동소이할 거라 생각합니다.


1번 사업계획 수립만 가장 루틴하게 벌어지는 일이고

나머지는 스팟성으로 주어지는 일입니다.

사업계획 수립이 가장 이해하기 수월하고

상식적인 일이라서 1번으로 적었습니다.


2번 경영진 지원이 사실상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인사기획이라는 직무의 존재 이유일 듯 합니다.

인사라인의 대표, 또는 대표이사의 인사쪽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느낌?


3번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지원은

사실 2번의 한 종류입니다. 경영진이나 회사에서

인사 관련하여 메시지가 필요할 때 저를 찾습니다.

아웃풋을 읽는 주체가 경영진이 아니라는 점에서

2번과는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해봤습니다.


4번 인사제도 수립이야말로

인사기획자의 본업에 해당할 듯 한데요,

사실 빈도가 많은 일은 아닙니다.

제도의 수립/개선은

인사기획 담당자가 따로 있든 없든,

각 제도 운영자가 본인이 운영중인 제도의 개선(기획)을

담당하는 것이 보통일 겁니다.

저처럼 인사기획 담당자가 따로 있는 경우는,

제도를 최초로 도입하는 건이나, 파급력이 큰 개선 건을

담당하는 경우입니다.


회사의 규모 또는 조직의 성장단계에 따라서

2,3번의 업무가 존재하지 않거나

발생 빈도가 적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인사기획만으로는

한 명분의 업무량이 소화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인사평가 운영 등 일부 제도의 운영을

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네, 저는 사측 인간입니다.


저는 이런 일들을 하며 먹고 삽니다.

노조 가입 비대상자이고,

경영진/임원이 제 고객입니다.

사람들은 인사팀의 고객은 직원 아니더냐

라고 말하곤 하는데 인사팀의 고객은

1.주주  2.경영진  3.직원

순서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제게도 직무윤리라는 게 있습니다.

경영진의 입맛에 맞추기는 하지만,

제 나름의 합리성에 따라 검토 결과를 도출합니다.

현재 회사가 악덕 사업주 이런 곳도 아니고,

다행하게도 저를 약간 연구원처럼 대해줍니다.

인사라인 임원들께서 제가 발언하는 내용들을

주의 깊게 경청해주시는 편입니다.

아닌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정중히 말하면

‘안 되더라도 되게 하라’와 같은

부조리한 요청을 하시진 않습니다.


작년에

“나는 내 인생에 걸쳐

가치로운 일을 하며 살았던가?”

현타가 씨게 와서 매우 힘들었었습니다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루 하루 또 하던 일을 하며 삽니다.

다른 인사기획자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며

사시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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