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엠미 Jul 10. 2022

4. 꾸준히 달리는 사람

의도적으로 정체성 바꾸기


다른 사람들에게 '달리는 사람'으로 인식 되는 것 또한 꾸준히 달릴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다. 날마다 날씨같은 환경이 다르고 감정도 다르고 신체적 상태도 다르기 때문에 의욕과 게으름의 정도가 다르다. 과욕에 관해서는 앞에서 충분히 얘기했으니 그만하기로 하고 게으름에 대해서 얘기해보겠다. 나의 경우엔 어느 정도 달리기를 습관처럼 달리게 되자 처음 성장할 때의 강렬한 성취감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권태기나 슬럼프로 볼 수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정도는 권태기도 아니었다. (권태기는 더 무감각한 상태이며 뒤에 다룰 것이다.) 



실력이 정체기에 접어들었으니 실력이 성장하던 때보다 당연히 성취감이 줄어든 상태이다. 약간 싫증이 난 상태이며 안 좋은 날씨, 안 좋은 컨디션, 어제 야식과 음주를 해서 안 좋은 신체적 상태면 당연히 달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질 것이다. 이런 날들이 간헐적으로 지속되면 습관이 끈이 약해진다. 나는 이럴 때마다 그동안 쌓아 온 달리기 습관이 아까워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우선 주변에 꾸준히 달리는 것을 알렸다. 



달리기와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인증 사진과 글을 올렸다. 그러자 상대의 기대감에 따라 내가 행동하게 되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일어났다. '올해는 ~ 키로 달리는 게 목표입니다.'(지난 챕터의 과정을 겪었고 현재 페이스를 안다면 장기적인 목표 또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라는 공언 효과도 도움이 되었다.  내가 나에게만 말하는 목표보다 더 목표의식이 뚜렷해지고 꾸준히 달리는 동력이 됐다. 달리기는 대체로 좋았지만 가끔 달리기 싫을 때 이런 보여주기식 달리기가 습관의 끈을 이어주었다. 이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있을 수도 있고 이해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시작 기준점을 정하고 측정 가능한 단위를 적절한 목표에 따라 지속적으로 꾸준히 늘리다 어쩌면 부상과 회복을 겪고 다시 되돌아오는 여정을 거치고 또 다시 꾸준히 달려 실력이 조금 정체되는 이 과정까지 왔다면 가끔 싫증이 나더라도 달리기에 대한 습관이 소중할 수 밖에 없다. '꾸준히 달리는 것'이 목적이니 이런 게으름과 싫증에 맞서 싸울 무기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달리기 습관이 이어진다면 결국 달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나는 비가 조금 내리던 날 처음으로 얇은 우비를 걸치고 달려봤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달리지 마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릴 때  '달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점점 견고해진다. 



날씨와 몸과 정신 컨디션이 너무 최악이 아니라면 일부러 안 좋은 날에 의도적으로 달려보자. 평균 페이스는 무시하고 이런 날에도 달렸으니 어드벤테이지를 주고 천천히 달리자. 완주하고 주변 사람들이나 커뮤니티에 알려라. 스스로 생각하는 정체성과 남이 생각하는 정체성이 '꾸준히 달리는 사람'으로 바뀐다면 꾸준히 달리는 것에 그것만큼 강력한 무기가 없다. 의도적으로 정체성을 바꿔보자. 



<거의 매일 10km, 5000km를 달렸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3. 부상과 휴식기를 지나가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