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들린 도서관에는,
시 같은 제목들이 참 많다.
‘둘이서 하는 혼잣말‘
이랄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랄지.
더 그려야 하는 그림을 두고 잠시 눈을 감았다 떴는데,
다른 사람이 그려둔 낯선 그림 앞에 놓인 것처럼 더 이상 그릴 수 없게 되었다.
제목만 덜렁 쓴 소설처럼 무한한 가능성만 놓아두고 서둘러 활자들 사이로 도망쳐 버렸다
이렇게 자꾸 힘이 빠지면 안 되는데…
아직 안 되는데..
더워. 하아…
혼자서도 잘 살고 싶지만 한없이 게을러서 어느새 햇볕에 누워 그릉그릉 거리고만 있다.
절망적으로 아름다운 보랏빛 장미향이나 맡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