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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월 May 23. 2021

엄마도 청년이었었다

뜻 밖의 발견

"나도 공모주 청약할래. 알려줘."


주식 앱을 켜는 것조차 모르는 엄마가 공모주 얘기를 꺼냈을 때 내심 웃었다. '나도 처음인데 60살 넘은 엄마가 한다고?'


나는 '착한 자식'은 아니다. 부모님이 알려달라고 할 때, 솔직히 짜증을 잘 낸다. 귀찮기도 하고, 답답할 때도 많다. 젊은 세대에선 기본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무작정 알려 달라고 하니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지 아득해진다. 가끔은 당신들이 알아보기 귀찮아서 젊은 나를 시키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2주 받았어. 네가 쉽게 알려주니까 했어.


그런데 엄마가 성공했다. 공모주 2주를 받았다. 시간이 남아 평소와 달리 하나하나 캡처해서 알려준 건데, 이게 됐다니. 예상치 못한 클리어에 사실 놀랐다. 어떻게 했냐는 질문에 '쉽게 알려주니 했다'는 톡이 돌아왔다. 당신이 성공하자, 엄마는 당신 친구들에게도 공모주 청약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분들은 실패했다고 한다.)


쉽게 알려줬다는 것은

듣는 사람이 

내용을 이해했다는 이야기다. 


,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 사이에서 교감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교감이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있어야 생길 수 있는 결과물이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 인정받을 때 희열을 느끼며, 생각이 부정당할 때 좌절을 느낀다. 


요새 엄마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건 강아지 별이뿐이라고 말한다.

어른들도 요즘 세상에선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본인이 젊었을 때는  때의 정답이 있었을 것이다.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 이것은 가정에서나 회사에서나 최고의 미덕이었다. 부당해도 누군가는 참았고, 억울해도 누군가는 삭혔다. 지금의 나 하나만 희생하면 전체가 편해진다. 미래가 달라진다. 그래서 당신들은 자신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말도 안 되는 시대를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이젠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 틀렸다고, 아니라고 말하는 시대. 오늘의 청년에게 1순위는 자기 자신, 즉 개인이다. 전체를 위한 개인의 무조건적인 희생은 더 이상 칭송받지 못한다. 오늘날 가치는 폭력과 폭압으로 평가된다. 희생을 했다 치더라도 더 이상 나은 미래, 나은 보상이 주어지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기도 하고.


달라진 시대에서 전체주의에 익숙한 어른들은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다시 알려달라고 하기엔, '쪽 팔리'고, '민폐'라고 여겼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붙은 직함들만큼 어른으로서의 자존심도 분명 같이 따라왔을 터이다. 그래서 더욱 알려달라고, 모른다고 말하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무지를 인정하는 것조차도 그들로서는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주식을 알려달라고 하는 말조차도 

엄마에게는 내심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부모는 항상 자식에게 가르치는 존재인데,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엄마가 꽤나 고민하고 내게 꺼냈을 말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는 엄마의 용기를 내가 귀찮다는 이유로 은연중에 무시하고 좌절시켰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영원히 청년일 수는 없는데, 젊음을 공기인 양 자주 망각하고 소비하면서 산다. 나 스스로 '나는 그래도 아직 청년'이라는 오만에 빠져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젊음에 도취되어 엄마의 젊음을 무시했던 것일지도.


젊음은 내게도 있고,

엄마에게도 있었다.

몰랐기에, 그래서 도전할 수 있는, 젊음. 


내게도 20대 시절이 있었고, 엄마에게도 20대 시절이 있었다. 꿈과 열정 있었고, 취미도 있었던, 때론 실수를 해도 되고, 몰라도 되고, 다시 도전해도 되는.


엄마도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청년이었었다.


시간이 얼마쯤 흐르고 나서야
문득 이 일이 더욱더 중요한 의미가 있음을 알아차렸어요.
바로 제가 엄마와 연결돼 있다는 거요.

- 룽잉타이, <사랑하는 안드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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