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wonstalk권스톡 Jan 12. 2024

어쩌다 각방부부...

스레드에 남긴 일상

일상思 24.1.12 (금) 


어쩌다 각방. 

아내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각방은 안돼 주의다. 

도대체 왜 결혼을 했는데! 결혼을 한 이규 딱 하나가 밤에 헤어지기 싫어서인데 왜 한집에 살며 헤어져야 하냐고!

이 주장을 반박할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해서, "어떠한 경우에도 잠은 한방에 잔다."가 우리 부부의 혼인조약 1조 1항이 됐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이 규정은 어김없이 지켜졌다. 


최근 며칠, 아내가 독감확진을 받아 스스로 자체격리를 선언했다. 

아내는 안방, 나는 거실에서 각방을 쓰게 됐는데, 어젯밤에는 영 적응이 안 돼서 밤새 잠을 못 자고 뒤척였다.


밤새 뒤척이고 맞이한 아침, 회사의 하루 일과가 너무 힘들었다. 거의 넋이 나간 표정으로 좀비 같이 있는 나를 보고, 후배 동료가 한마디 거든다.  "선배님 많이 힘들어 보이네요" 

 

사정 이야기를 하고, 밤새 잠을 못 잤다고 하니, 놀란 표정을 짓는다. 


"아직 방을 같이 쓰세요?"


엉? 이건 뭐지. 부부는 원래 한방 쓰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자기네는 아이 키우면서부터 아이랑 엄마가 같이 생활하고, 자신은 따로 잔다고 한다. 

남의 가정사에 관여하는 건 예의도 아니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아주 잘 알지만, 후배와 충분한  친분관계가 있다는 생각에,  조용히 내 의견을  꺼냈다.


부부가 각방 쓰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아 보여. 기간이 길어지면 결국 다시 한방생활 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텐데.


내 생각에는  부부가 한방 생활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있어.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극복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야 

사람이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위기를 만날 수밖에 없어(누구도 완전한 평화로 평생을 살지는 못하니까).

그런데 한 공간에서 잠자리를 함께하는 생활을 한다면, 서로의 위기를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고 생각해.

이유 없이 밤에 뒤척이거나, 우울한 감정에 빠져 있거나, 유난히 예민해져서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본다면, "아뭔가 문제가 있구나!" 하고 감지할 수 리 있지. 

조금이라도 빨리 이상징조를 찾는다면, 문제가 커지기 전에 사전에 조치를 할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이런 것들을 놓치게 되고, 작은 생채기가 생겨 깊은 상처로 확산되고 나서야 서로의 문제를 알게 되겠지.  

이상 징조가 있다면, 상처가 커지기 전에 빨리 대응하는 게 중요해, 그래서 부부는 가능한 각방생활을 빨리 청산하는 걸 권해.


그나저나 아내가  빨리 독감에서 벗어나야 합방을 할 텐데 

유난히 피곤한 하루가 이렇게 지났다. 

빨리 집에 가자.

[출처 : Pixabay 무료 이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