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카페는 북한산국립공원의 우이동권역 입구에 있다.
때문에 고도제한이 있고, 발전이 덜 되고, 그래서 아주 오래된 옛날집들의 야트막한 지붕들이 이마를 마주대고 있다. 거기에 또 고만고만한 서민들의 다세대 주택과 연립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그곳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워낙 평수가 작은 데다, 앞서 말한 이유들로 그다지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지 않았다. 그다지 유행을 타지도 않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 탁자와 테이블 몇 개를 들여놓고 카페를 열었다. 우리는 가게를 한 지 올해로 딱 오 년을 넘겼는데, 그 사이에 손님들이 가져다준 컵과 화분, 남동생이 아프리카나 중남미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가져온 기념품들, 그리고 몇몇의 커피기구들이 가게의 실내장식을 대신하고 있다. 말은 중언부언 길게 늘어놓았지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냥 '촌스럽다.'
그래서일까, 할아버지카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 가게의 촌스러운 분위기와 딱 맞아떨어지는 실버카페를 생각한다. 아니, 그 정도면 양반이다. 노른자를 동동 띄운 쌍화차나 설탕과 프림을 적절할게 섞어서 소금 간을 약간 한 모닝커피를 파는 다방을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 가게에서는 쌍화차를 겨울 메뉴로 내놓고 파는데, 연배가 있으신 남자 어르신들은 예외 없이 누구나 쌍화차에 노른자가 빠졌다고 꼭 한 마디씩을 한다.
그러나 우리 가게 이름이 할아버지카페인 이유는
비록 야매로 배운 실력이긴 하지만,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 바리스타가 직접 커피를 볶고, 커피를 내리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우 고집스럽게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핸드드립 커피를 제공한다.
때문에 할아버지카페를 출입하는 것은 비단 어르신들만이 아니다. 멀리서부터 소문을 듣고 젊은 친구들도 꽤 많은 수가 가게를 찾아온다. 심지어는 할아버지바리스타가 내려주는 핸드드립커피를 일컫는 애칭인 '할 배리카노'라는 이름까지, 아주 정성스럽게 낙서를 남기고 갈 정도다. 어느 날 아침이던가, 가게 앞에 세워놓은 나무판자 메뉴판에 적어놓은 아메리카노에 매직으로 덧칠을 해서 '할 배리카노'라 적어놓고 갔더라. 어디 그뿐인가? 할아버지카페에서는 라테음료를 만들 때를 제외하고는 머신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얼음이 잔뜩 들어간 콜드브루커피를 내놓는데, 여기에도 나름의 애칭을 붙여놨다. 기름기 없이 영롱한 느낌의 '블랙 루비'란다. 누가 이렇게 톡톡 튀고 참신한 작명실력을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실버' 카페에서 볼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우리 가게에 어르신들이 발걸음 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는 소리는 아니다.
우리 아버지, 그러니까 할아버지바리스타의 나이를 생각하면, 젊은 손님보다는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발걸음이 더욱더 잦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들만의 정취와 당신들만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리 이해하고 공감하고자 애를 써도 나이가 들지 않는 한 결코 쉽게 이해하거나 코드가 들어맞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우리 가게에 '실버'라는 딱지가 노골적으로 붙는 것이 싫을 뿐이다. 모두가 문턱 높지 않게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퇴근이 바쁜 엄마가 마음 놓고 아이를 기다릴 수 있는 카페면 좋겠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 넉살 좋은 대학생들이 공부하러 와서 자리를 잡아도 아무렇지 않다.
우리 할아버지카페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