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진희 씨에게 해외여행이란? _1편
먼저, 내 가게가 문을 닫는다니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많다.
소소하게 전파를 탔던 매스컴도 이유가 되겠지만, 주변에 내가 우이동 할아버지 카페 딸이라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하고 다닌 탓이다. 때문에, 할아버지카페가 문을 닫는 것으로 오해를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다, 문을 닫는 가게는 여의도에 있는 커피엔스다.
할아버지카페는 오늘도 무사히 잘 돌아가고 있다.
핸드드립 커피값을 1,000원 더 올려서 5,000원을 받고, 쌍화차는 초란을 넣어 8,000원에서 10,000원으로 올려 받자는 엄마와. 엄마의 말 그대로 '유난히 간이 작은' 아빠가. 지난 추석연휴 끝무렵부터 실랑이를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두 어르신 모두 아흔까지는 할아버지 카페를 붙들고 계실 생각이라는 거다. 심지어 우리 진희 씨는 몸이 아픈 날에도 병원에 가거나 집에서 쉬는 대신, 할아버지카페에 나와서 계산대 뒤 안락의자에 앉아 주무신다. 그것도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면서. 어디 그뿐인가. 내가 여의도에 가게를 내면서 월요일을 할아버지카페의 정기 휴일로 정했지만, 두어 달인가 휴일을 지키다가 나중에는 두 양반이 몰래 나가서 장사를 했다. 그걸, 나는 한참이 지나서 수요일마다 들어오는 월요일 카드정산액을 보고서야 알아챘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긴 하지만.
이대로 두 어른을 두었다가는 나중에 심야괴담회나 그 비슷한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밤마다 종종종 남편 뒤를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하는 할머니와 버럭 하는 할아버지 유령이 출몰하는 심령스폿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앞서 내가 장황하게 풀어놓은 이야기들로 인해, 우리 할아버지카페는 정기휴일이 없이 일 년 삼백육십오일 돌아간다. 추석이나 설날에도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나면, 아버지는 현관에 앉아 신발끈을 고쳐 메고 가게에 나갈 준비를 한다.
그런, 두 어른이 지난 11월에는 이틀이나 가게를 쉬셨다. 웬일이냐고? 오랜만에 두 어른이 베트남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미얀마에 있는 나를 쫓아와서 한 달가량 미얀마 일주를 한 후로 거의 육 년 만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소싯적 방랑벽이 있어 엄마 속을 만만치 않게 썩이던 아버지가 아닌가? 그런 아버지가 육 년 넘는 시간을 가게와 집만 오가고 사셨으니, 아무리 가게가 좋아도 엉덩이가 들썩이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우리 아빠의 외적 모습은 담담함과 무관심 그 자체였다.
나는 모르겠다, 너희 엄마가 가자니 쫓아가는 수밖에. 허리도 아프고, 몸도 새큰새큰한 것이 난, 가게를 지켰으면 제일 좋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아빠의 고도화된 내숭이었다. 아빠의 마음속에는 뭔가,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여행의 '투지' 같은 것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