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녀 링링의 한국 학교 적응기 3
참, 내가 살던 중국의 동북 3성 지역에 한국에서 오신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얘기 기억하고 있니? 우리 부모님 두 분도 모두 중국에서 태어나셨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두 한국 출신이셔. 중국 사람들은 우리를 조선족이라고 부른단다. 조선에서 온 사람들이란 뜻이야. 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살고 있어. 56개 정도의 핏줄이 다른 민족들이 모여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이루고 있지. 무척 많지? 그 많은 민족들이 어떻게 어울려 살까 궁금하기도 할 거야. 56개 민족 중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민족은 한족이야. 한족은 중국 인구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대략 열 명 중 아홉 명은 한족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러면 중국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 '조선족'은 몇 명이나 될까? UN 인구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인구는 14억 명 정도 된다고 해. 그중 한족이 약 13억 명 정도로 추정되고, 조선족은 중국 전체 인구의 0.15%인 약 200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어. 워낙 큰 나라이고 여러 민족이 모여 살다 보니 인구 조사도 아주 정확하지는 않다고 해.
그런데 한국 학교에 온 후 중국에 살고 있는 동포들을 '조선족' 대신 '중국 동포'라고 불러야 한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미국 동포라고 부르고, 영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영국 동포라고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셨어. 사실은 나도 같은 민족끼리 상대방을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게 좀 어색하다는 생각도 했었어. 중국 사람들이 우리를 조선족이라고 부르는 건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우리끼리 조선족이라고 부른다면 좀 어색한 것 같아.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러니 오늘부터라도 중국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을 중국 동포라고 부르기로 하자. 예를 들어, 나는 "저희 부모님은 조선족 출신입니다." 이렇게 말했던 것을 이제부터는 "저희 부모님은 중국에서 태어난 중국 동포 출신입니다." 이렇게 말이야. 그렇다고 뭐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중국 동포라고 표현하니까 너희들 앞에서 부모님에 대하여 말하기가 좀 더 쉬게 느껴졌어.
얘들아, 혹시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 동포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고 있니? 2017년 전국 인구 조사에 의하면 50만 명 정도의 중국 동포들이 현재 한국에서 살고 있다고 해. 대도시는 물론 농촌이나 어촌에도 중국 동포들이 다양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어. 물론 나와 내 부모님도 그중에 포함되지. 지금은 2019년이니 아마도 50만 명을 훌쩍 넘는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서 살고 있을 것 같아. 며칠 전 KBS 텔레비전에서 본 내용인데, 한국에 있는 중국 동포들은 자신들을 '조선족' 대신 '중국 동포'라고 불리기를 원한대. 설문 조사에 의하면 조사자의 반 이상이 그렇게 답했다고 해. 그 이유는 앞에서 내가 너희들에게 이야기한 것과 같아. '조선족'은 중국인들이 중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구별하기 위해 만든 명칭이야. 예를 들어, 미국의 백인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남미 출신 이민자를 '히스패닉'이라고 불러. 그렇다고 남미 출신 이민자들끼리 자신들을 서로 '히스패닉'이라고 할까? 그렇지 않아. 서울시에서는 이미 '중국 동포'를 정식 호칭으로 정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도록 권하고 있단다. 앞으로 나와 같은 아이들이 학교에 전학 오는 일이 생긴다면 이렇게 얘기해 주면 좋겠어.
"얘들아, 우리 반에 새 친구가 전학 왔는데 중국 동포라고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