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우비를 입은 소녀
노란 우비를 입은 소녀의 곁은 언제나 호랑이 함께였다.
소녀가 꿈에 한 발짝씩 나아갈 수 있도록 호랑은 언제나 용기를 북돋아줬다.
아무리 마음을 굳게 먹었어도, 용기가 생겼어도, 금방 무너지곤 했다.
그래도 호랑은 소녀의 곁을 지켰다.
"괜찮아. 우리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분명 말도 못 하게 행복할 거야."
소녀는 한참 동안 호랑의 검고 깊은 눈을 바라봤다.
호랑의 두 눈에 노란 우비를 입은 자신이 비쳐 보였다.
비가 아까보다 거세게 오기 시작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태양과 친구가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고작 우비만 벗으면 되는데."
호랑은 소녀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그러곤 소녀를 꽉 안아주었다.
"결코 고작이 아니야. 오직 이 날을 위해 그동안 달려왔잖아. 그러니 고작이 아니야. 오늘 힘들면 내일 벗어보면 돼. 우리의 장마는 오늘로 끝이 아니니까. 우리의 모험은 언제나 그랬듯 내일도 계속될 거야."
소녀는 투둑 거리는 빗방울을 바라보았다.
온몸이 쓰라려 고통에 몸을 가누기도 힘들었지만, 싸아 거리는 빗소리가 좋았다.
역시 소녀는 비가 좋았다.
"비를 온전히 맞는 그날까지 함께 해주겠니?"
호랑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당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