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라질소셜클럽 Apr 15. 2024

한국이 가장 현실적으로 행복해지는 방법

넘사벽이 존재하는 사회

미국과 한국 그리고 지금은 멕시코를 넘나들면서 사람들의 생활을 살펴보면, 행복이라는 것은 단순히 GDP, 재화, 서비스 같은 양적 자원에 따라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낍니다. 단적인 예로, 세상에는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내전, 독재 국가를 제외하면 한국처럼 삶의 만족도가 낮다고 답하지는 않습니다. 


입소스 2023 세계 행복도 조사 모든 문항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한국


일부 학자와 유투버들은 한국의 과도한 소비문화를 꼬집으며 눈높이를 낮추고 절약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말이 쉽지 한번 올라간 눈높이가 내려오는 것은 버블 붕괴나 문화 대혁명 같은 초월적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그건 마치 여러분의 부모님이 매일 산길을 5km 걸어 학교에 갔으니 다시 그때로 돌아가자는 말과 같은 무리한 주문입니다. 그럼 대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그 해답을 최고 강대국인 미국으로부터 찾아볼까 합니다. 이 포스트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을 가지고 작성하였습니다.


첫째: 행복은 일정 생활 수준 이상부터 상대적이다.

둘째: 나의 상대적 비교 대상은 나와 처지가 비슷한 나의 이웃이다.


위 전제 조건은 인간은 자신보다 한두 단계 위를 바라보지 빌 게이츠와 비교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하였습니다. 때문에 성경에서도 "남의 것"이 아닌 "네 이웃의 것"이라고 콕 집어서 정의하였습니다: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지니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지니라.
- 출애굽기 20:17-18


신학자 르네 지라르(Rene Girard)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이렇게 결론지었습니다:


욕망은 제삼자의 소유로부터 그 가치를 얻는다. 제삼자는 주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즉 나의 이웃이다 [...] 나의 이웃은 내 욕망의 모델과도 다름없는 것이다.
- Rene Girard, I See Satan Fall Like Lightning


학창 시절부터 이웃(엄마친구아들)과 비교를 당하며 자라는 한국인들은 르네 지라르의 말이 단순 뜬구름 철학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비교가 가능한 대상이 크게 좁혀진다면? 주변에 엄친아가 없다면 어떨까요? 적어도 비교로 인한 불행은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2024년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뽑힌 일리노이주의 Naperville


오늘의 비교 대상인 미국에서는 그것이 이미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빈부 격차가 심하고 사회의 계층화가 학군에 따라 크게 나뉘는 미국에선 계층 간 "넘사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벽을 넘어서 서로 비교하지 않습니다. 비벌리힐스의 삶이 있고, 좋은 서버브의 삶이 있으며, 그보다 덜 좋은 서버브의 삶이 있고, 빈민가의 삶이 있는 식입니다. 이들은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서로 어울리지 않고 별개의 삶을 살아가게 되며, 주립대를 가는 사람들이 아이비리그를 가는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하지 않고, 도요타를 타는 사람들이 벤츠를 타는 사람들을 보고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정확하게는 부러워는 하지만 그냥 다른 세계구나 정도로 여깁니다.


역설적으로, 한국이 많은 비교를 할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며, 노력에 따라서 <신의 탑> 마냥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외제차 타는 "월 천"의 삶이 가능하다고 믿는 많은 청년들이 영끌 투자를 하고 유료 강의를 듣는 것을 보면 그렇게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도 미국처럼 물가, 특히 서비스 물가가 크게 올라가는 시대가 오면 중산층과 상류층 사이에 넘사벽이 생겨 지금과는 다른 사회가 될 것입니다. 그런 사회의 모습은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택시: 일반인은 정말 급할 때 빼고는 엄두도 못 냄

외식: 생일, 졸업식에나 근사한 곳 한 번 가는 정도

해외여행: 신혼여행, 결혼 5, 10주년에 한 번 정도

명품: 결혼할 때나 사는 것

자동차: 싸고 고장 안나는 모델


이걸 들으면 일부는 이렇게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여행도 못 가고 이렇게 재미없게 살라고요?" 미국 포함 대부분 나라의 중산층은 해외여행을 자주 가지 못합니다. 일상의 모든 "숨만 쉬어도 나가는" 소비가 너무나도 높기 때문입니다. 교통비, 점심값, 통신비, 의료비 등 모든 물가가 선진국의 수준으로 올라가는 순간,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냥 입에 풀칠만 하고 사는 형편이 되며 인스타용 사치는 연예인들이나 하는 걸로 자연스럽게 인식이 될 것입니다. 실제 미국이 그렇습니다. 일반인이 기분 한번 내겠다고 파인다이닝이나 명품관에 갔다가는, 부모님 집에 살지 않는 한 당장 다음 달 생활비가 펑크날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곳에 자주 가는 사람과 비교가 안될 수밖에 없습니다.




쓰다 보니 좀 암울한 얘기처럼 들리긴 하지만, 이것만이 한국이 현실적으로 행복을 되찾는 시나리오라고 생각이 듭니다. 대다수의 월 이삼백 버는 사람들이 럭셔리를 즐긴다는 것 자체가 럭셔리의 정의에 어긋나는 어불성설이며, 때문에 샤넬 등 럭셔리 브랜드들은 계속해서 경쟁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도록 선을 세게 긋겠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건 차라리 잘된 일입니다. 나와 마주칠 일도 없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럭셔리를 즐기고, 나머지는 엄두도 못 내는 사회가 행복의 상대성 면에서 훨씬 낫습니다. 서비스의 품질과 만족도의 관점에서 보아도, 공항 프리미엄 라운지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게 하는 것처럼, 소수만을 위한 차별화 정책이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내 이웃이 조금 잘 사는 것보다, 넘사벽으로 잘 사는 것이 차라리 낫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남성들이 관계 정립, 결혼을 회피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