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조각
프랑코 폰타나 작품을 처음 보면 알록달록하고 다채롭다는 느낌과 동시에 이런 직선적인 요소의 배경이 그린 게 아니라 실존하는 장소라는 게 매우 놀랍다. 아름다운 색상과 비율, 그리고 마치 자로 잰 것처럼 가로 혹은 세로로 나누어진 화면 구성을 통해 처음엔 수직 수평을 통해 면으로만 그림을 그려내는 몬드리안의 그림이 떠오른다. 그러나 몬드리안 같은 추상 회화 작품이 아니라 프랑코 폰타나의 작품은 지극히 우리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사진이라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시간이라고 하는 것은 손으로 잡을 수도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다. 그는 이런 시간의 특징을 사진을 찍으면서 손으로 잡고 만지며 그 순간을 가진다. 그렇기에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 자체는 삶을 소유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일상의 조각을 담아낸 풍경을 살펴보며 색으로 가득한 작가의 현실을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맨 처음 만나본 사진은 랜드스케이프라 하여 풍경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땐 이게 사진인지 그림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현실적인 현실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가 이탈리아 또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담은 풍경 사진들인데 그림처럼 느껴지는 이유로 입체적은 세상을 마치 평면처럼 담아내었고 이를 강렬한 색을 통해 대비시킨 부분이다. 이런 부분을 포착하기 위해 마치 사냥꾼처럼 그는 사진을 사냥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사진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정말 어떤 사진들을 보면 화면을 색으로 나누어 놓은 것처럼 보여서 심적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 그와 동시에 나 또한 이런 방식을 통해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뭔가 도전 의식이 생기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어반스케이프이다. 자연 풍경을 우선적으로 보전 첫 공간과는 다르게 도시의 풍경과 사물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나 건물의 표면이나 색상이나 질감 등이 영감이 되고 전체를 담아내는 것보다는 부분적으로 확대 혹은 축소를 하여 조형적으로 표현한다. 도시 풍경의 작은 조각들만을 사진으로 담아내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모습들을 표현한다.
세 번째로는 휴먼스케이프이다. 계속 같은 방식의 사진들이 있지만 주제가 계속 변화하는데 이번에는 사람을 피사체로 쓴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사람이던 자연이던 도심이던 주제는 명확하다.
프라멘티는 조각이나 파편들을 뜻하는 복수형 단어로서 정형적인 것을 보여주던 기존 작품과는 다르게 비정형적인 작품들이 보인다. 여기서는 정말 알 수 없는 부분들을 확대하여 보여주는데 모든 정보를 담지 않고 부분적으로만 보여주며 한정적 정보를 전달하지만 오히려 이런 부분으로 인해 궁금해지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그리고 루체 아메리카나라는 미국 시리즈도 있는데 미국의 특징을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 등장한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공간 사이에 고독해 보이는 인물이 있는 게 특징으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같은 느낌이 드는 시리즈이다.
프레센자 아센자 시리즈는 빛과 시간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묶은 시리즈로 피사체가 움직이면 흐릿한 느낌의 사진이 나타나난다. 평소에 사진을 찍을 때도 종종 보이는 사진의 특성이지만 이런 특성을 그냥 넘긴 기지 않고 보이지 않은 것을 카메라가 존재하게 만들었으니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서 카메라로 담아낸 그림자는 보이지만 만질 수 없고 존재하지도 않기에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느낌이 든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사진을 찍는 달 알토 시리즈는 마치 새가 날아가다 바라본 것 같은 장면을 보여준다. 뭔가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것 같다. 하늘에서 보는 이미지는 프라멘티 시리즈와는 다르게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보여주는 느낌으로 약간 정반대되는 기분이라서 프라멘티 시리즈는 한 인물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더라면 디 알토 시리즈는 다들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지는 느낌이다.
이번에는 아스팔티와 아우로스트라다 시리즈로 아스팔트와 고속도로를 찍은 시리즈 작품이다. 고속도로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먼저 개념을 정립 한 나라로서 근대화의 상징이 되면서 새로운 풍경이 되기도 한다. 빠른 피사체의 움직임과 새로운 건축 재료인 아스팔트, 그로 인해 등장하는 사진의 현상이 주는 속도감 등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재미있는 표현들이 보인다.
아스팔트라는 컬러는 상대적으로 한정적이다 보니 색과 형태보다는 질감적인 부분에 더 집중을 하여 표현하는 점이 또 재미있다.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작가가 지나온 삶의 자취를 알 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을 때 받아들이는 작가의 변화들을 캐치해서 본다면 오히려 더 재미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형적 부분이 색감으로 그리고 질감으로 이동하는 부분이나 인물이 부분에서 전체로 이동하다 마지막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점차 작가의 시야가 변화되어가는게 전반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런 작가의 영향을 받다 보니 전시장에 대비되는 컬러로 가벽을 표현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오히려 더 눈에 띈다. 일상을 담아낸 작가의 의도에 맞게, 작가의 전시장에서 본 조형적인 나의 일상을 조각을 하나 담아내며 전시를 마무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