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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Green Feb 19. 2020

바람피우는 날의 사랑은 바람 때문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변하고 있다.

더 이상 고독은 남겨 놓고 싶지 않았다.

비포장 도로 위의 마르고 고운 흙일지라도

지나가는 그 어떤 것으로 인한

일탈은 없을 거라는 모순을 믿고 싶었다.

부드럽고 가벼운, 이롭기만 한. 흙은

굳건히 본질 지킬 거라 믿었다.

마치 무거운 대리석이 얹혀있는 듯

항거할 수 없는 그 무게의 절대성을.


본질을 부인하려는 어리석음은

그나마 남아있는 생존의 의욕마저  흩어버린다.

사랑은 더 이상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바람이건 흙이건 또는 폭풍우 건

자연의 생태 안에서 마주친

그 순간의 너와 나는

극복해야 하는 시련도 아니고

통과해야 할 시험도 아닌

만남이 주는 변화라는 관성을 거부할 수 없다.


더 이상 그것은 고통으로 남아있지 않았다.

때때로 본질을 잊은 채 살다가, 그래. 그렇게 살다가...

바람 부는 날, 그 바람이 강할수록

위로, 더  멀리 나는  것은

보이지 않아 멈출 수 없는 바람의 위력일 뿐이고

비 오는 날, 그 비가 많을수록

아래로 더 먼 곳으로 떠내려가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서 만나게 되는 물의 습성 때문이다


사랑을 두고 바람을 택한 것이 아니고

사랑을 버리고 떠나온 것도 아닌

그저 우주 변화의 보이지 않는 법칙이었을 뿐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고 있다.

     2004 0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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