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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하늘보다 오늘의 하늘이 8

154

by 교관


154.


“석탄, 수력, 풍력, 천연가스, 유류, 태양열과 비교하면 단연코 가격이 가장 저렴하게 사람들에게 공급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위험요소를 잔뜩 가지고 가야 합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오카 원자력 사고를 보면 위험에 노출이 된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이 불안을 짊어지고 편리하고 값이 저렴하니까 사용을 합니다. 원자력이라는 에너지원이 인간사에 필요악이라는 것을 알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을 뒷전으로 하고서도 감당을 하려고 합니다. 오너가 늘 말했지 않았습니까. 정부의 허가만 있으면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마동은 장황하게(몸 상태가 좋지 못해 힘들게) 오너에게 말했다. 오너의 방 사물은 두 사람의 대화에 자세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 후.


“클라이언트가 정부 모르게 리모델링 작업을 해결해 달라는 것이네.”


마동은 오너의 말을 듣고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푹 기댔다. 의자가 아프다는 듯 삐거덕 소리를 내며 뒤로 휘어졌다. 이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 문제가 있는 것은 반드시 그 결과를 가져온다. 문제는 정부사람들과 갈등을 조장하고 정부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방편을 마련할 것이다. 그 방편에 ‘우호적’은 누락되어 있을 것이다. 특히나 현재는 감시를 당하고 있는 입장이다. 지금의 대화도 감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마동은 생각했다.


“이미 거액의 현금을 클라이언트에게 받아 버렸네. 거부할 수 없었어. 지금 회사의 자금사정을 그 고객이 주는 수수료로 모든 것이 풀리네. 여기저기 졸졸 새는 물은 모두 막을 수 있지.”


오너는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 겉은 나보다 멀쩡했지만 속은 쓰레기더미를 몇 날 며칠 치우지 않는 소각장 같을 것이다. 혼자서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하기까지 무엇보다 태도를 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마동도 의자에 무거운 몸을 파묻은 채 생각에 잠겼다. 마동과 오너 사이에는 서로 다른 여러 개의 공기가 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 사람들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요.” 마동은 쇠붙이가 갈리는 목소리를 냈다.


“자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서 자네를 불렀네.” 오너의 목소리는 평소 같지 않았다.


“전 지금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고 우리를 파멸로 이끌 수 있어요”라고 마동은 겨우 말을 했다. 1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1분의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드물 정도로 오래 흘렀다.


“내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들고 다니며 작업하는 노트북이 있네. 기존의 인터넷회선과 전화망의 방식이 아니야. 추적이 불가능한 방식의 회선으로 파일을 공유하고 작업을 할 수 있네. 물론 파고들면 안전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네. 추적이 시작됐다 싶으면 기존의 회선에서 고든스티머 회선으로 전환해서 추적을 피하고, 파일을 담고 있는 카테고리는 다른 회선을 통해 이동을 하고 기존자리에 있는 파일은 오토딜리트가 된다네. 그대로 다 타버리는 거지. 재도 남지 않아. 그을음도 없이. 내가 그 방면의 전문가들을 알고 있어서 그동안 정부의 눈을 피해 가며 몇 건의 작업을 했네.”


오너는 아직 정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정부의 감시가 이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면 피해 가는 방법은 어느 정도 모색을 해놨다네. 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직원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거야. 모든 것은 내가 전부 처리할 테니 말이네. 문제는 그 작업을 당장 오늘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네. 그리고 디자이너들의 도움 없이 자네가 독단적으로 작업을 해줬으면 해서 이렇게 전화상으로 말하지 못하고 불렀네. 미안하게 생각하네.”


마동은 꿈의 레이어를 재배치해야 하고 세밀한 공정 같은 오버래핑의 작업까지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어디 믿기지 않는 일이 하루 이틀 일인가.


“만에 하나 작업이 순조롭게 완료되어서 클라이언트에게 돌아간 다해도 그 사람이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을 하게 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만에 하나라도.”


“만일 그렇게 되면 추적을 당하게 되겠지. 그리고 우리는 파멸이라는 구덩이에 빠져나오지 못하게 될 거야. 그런 식으로 결말이 난다면 우리 회사도 회생이 불가능하고 직원들에게도 면목이 없지. 헌데 말이네. 실은 클라이언트가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우리의 생각밖에 있네. 그에게는 서른 살 된 아들이 있네. 정신지체를 앓고 있다고 해. 지능이 4살 미만이라 외모만 서른 살이지. 지적능력이 미취학아동에 머물러 있네. 그는 평생 자신의 아들의 병을 고치려고 병원이란 병원은 모조리 알아보고 다녔다고 하네. 알겠지만 오래전 영화에서 미래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지금쯤이면 자동차가 하늘을 쉽게 날아다니고 아픈 사람들은 알약 하나로 거뜬하게 나아야겠지만 현실의 과학이나 의학이 영화의 속도에 비례하지는 않지. 클라이언트는 심지어 브라질의 개인병원까지 가봤다고 하더군. 그런데 선천적으로 미숙아 상태로 태어난 사람의 뇌를 인간의 힘으로, 현재의 의학으로 아직은 멀쩡하게 돌려놓을 수가 없다고 해. 그렇게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네. 클라이언트는 평생 군 기관에서 군수물품 과학 분야에서 플루토늄 연구를 해오면서 플루토늄 이외에 전기적 자극을 주어 떨어진 뇌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하네. 당연하지만 자신이 먼저 죽게 되면 아내도 없어서 미숙아인 아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더군. 뇌가 미숙아인 사람은 당분의 유혹을 견디지 못한다고 하네.”


“당분이요?”


“그렇지, 달달한 음식의 유혹을 누군가가 막아줘야 한다고 해. 그렇지 않으면 음식이 달지 않으면 먹지 않게 되니까. 지금도 몸이 많이 거대하다고 하네. 그가 지니고 있는 엄청난 자본은 어딘가로 흘러갈 곳도 없는 미궁 속의 현금이라고 해. 자신의 아들이라도 돈이라는 물질에 눈을 떴다면 다 줘버리고 싶지만 그의 아들은 3살의 지능이지. 고작 과자정도 사 먹을 돈이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거야.”


침묵이 흘렀다. 현실 속에서 보기 드문 묵직한 침묵이었다. 오너와 마동을 제외한 모든 사물이 침묵 속에 침몰할 것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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